전형을 깨버린 잔혹 스릴러 '추격자'

전형성을 깨버린 장르 영화 한편이 등장했다.

스릴러 영화라 함은 미스터리를 풀어가듯 관객과 함께 차근차근 한발씩 전진하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추격자'(감독 나홍진)는 엉뚱하다. 영화 시작과 동시에 범인을 알려준다. 심지어 경찰이 범인을 금세 체포한다. 도대체 이런 상황에서 스릴러 영화가 어떻게 진전될 수 있단 말인가.

'추격자'는 멋진 추리나 반전의 스릴러 옷이 아닌 철저한 리얼리티로 긴박감을 만드는 영화다. 지난 2004년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트렸던 '유영철 사건'을 기반으로 한 것처럼 이 영화는 현실 속 이야기로 스릴러를 풀어냈다.　관객은 미궁에 빠진 사건이 아닌 다 밝혀진 범인 지영민(하정우)과 사건의 전말을 알고 있다. 그러나 범인을 쫓는 주인공 엄중호(김윤석)와 경찰들은 할리우드 영화처럼 멋지게 해결하지 못한다. 현실의 벽에 가로막혀 범인을 쫓지 못하는 상황이 관객의 심장에 불을 지핀다.　잡힐듯 잡힐듯 하면서 자꾸만 멀어져가는 범인의 조력자는 다름아닌 현 사회의 공권력 시스템. 한번쯤 비슷한 경험을 겪어봤을 일반 관객들은 영화가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눈앞에서 잡지 못하는 억울함이 관객을 긴장감에 빠트린다.

신인 나홍진 감독은 이렇게 한국적 리얼리티로 스릴러 장르의 전형성을 깨버렸다. 당연히 배우들도 철저하게 현실 연기를 펼친다. 주인공임에도 단 한 순간을 멋진 포즈로 출연하지 않는다. 감독과 배우들이 고집한 현실감이 '추격자' 최고의 미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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