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회 LG배 세계기왕전 25일부터 결승 3번기

주사위는 던져졌다. 이세돌(25)과 한상훈(20)이 제12회 LG배 세계기왕전 우승컵을 놓고 25일부터 결승 3번 승부를 펼친다. 세계 최강급 九단과 프로생활 만 1년도 안 되는 二단, 국내외 무대를 25회나 석권한 베테랑과 아직 공식 우승 경험이 없는 신참의 만남이다. 언뜻 볼 것도 없는 싸움일 듯싶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결과가 주목되는 일전이다. 조선일보 주최로 LG트윈타워에서 펼쳐질 결승 3번기는 LG홈페이지(baduk.lg.co.kr)와 사이버오로(www.cyberoro.com)에서 인터넷으로 생중계될 예정. 결전을 앞둔 두 기사의 출사표를 들어봤다.

이세돌 九단… "매운 맛 보여줄 것" 

―세계대회 결승에 11번 나가 9회를 우승했다. 메이저급만 따지면 8연속 세계제패를 기록 중이다. 세계대회 성적이 더 뛰어난 이유가 있을까.

"다른 출전자들이 나보다 더 긴장했던 탓이 아닐까. 국제대회가 국내대회보다 더 어려운 것 같지는 않다. 큰 대회일수록 더 투지가 생기는 건 사실이다."

―한상훈의 바둑을 평한다면.

"최근 전자랜드배 청룡부를 석권한 걸 보면 대단한 후배다. 비록 속기전이긴 했지만…. 침착하고 두터운 바둑을 둔다. 전투형보다는 계산형 쪽인데 아직 완성된 것 같지는 않다. 워낙 바둑이 탄탄해 내가 지레 무너질 수도 있다."

―나이와 단위 차이가 크다. 작년 MVP와 신예상 수상자 간의 대결이기도 하다. 부담이 상당할 것 같은데.

"나이는 상관없는데 입단 연조가 너무 짧아 좀 거북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승부와는 상관없다. 입단 2년차에게 그것도 국제 우승을 허용한다는 건 선배로서 도리가 아니다. 후배를 단련시킨다는 의미에서도 무혈 입성은 막고 싶다."

―한상훈은 이 九단의 초반 장악력이 뛰어나 중반전에서 한껏 버텨 보겠다고 말한다. 어떤 전략을 세웠나.

"내가 포석에 강하다는 얘기는 첨 듣는다. 거꾸로 상훈이가 초반에 재미보고 중반에 끝내겠다는 뜻으로 들린다(웃음). 특별한 전략은 없고 흐름에 맡기겠다."

―요즘 컨디션은 어떤가.

"썩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 최근 대국이 뜸해 감각이 무뎌졌을지도 모르겠다."

―이번에도 우승한다면 이창호 조훈현에 이어 두 자릿수 세계제패를 이룬 사상 세 번째 기사가 된다. 올해 목표는?

"그런가? 의식하지 않고 있었다. 올해는 특히 국제대회가 많은 해인데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 이창호 사범님과 마주칠 중요한 대국서도 이겼으면 좋겠다."

한상훈 二단… "첫 타이틀 꼭 따낸다" 

―프로 2년 차의 세계결승은 사상 처음이다. 각오는.

"연조는 짧아도 나름대로 비중 있는 판을 꽤 뒀다고 생각한다. 주변에선 '밑져야 본전'이라고들 하지만 나는 '밑질' 생각이 없다. 필승의 신념으로 임하겠다."

―상대는 세계타이틀만 셋이나 가진 강자인데 대단한 자신감이다.

"실력은 물론 내가 부족하지만 승부란 실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작년에 이창호 사범님을 이겼을 때도 내 승산은 3대7에도 못 미쳤었다. 상대가 느낄 부담감도 인정하지만, 워낙 큰 승부를 많이 한 분이니 별 영향은 없을 것이다."

―바둑 스타일 면에서 둘 간의 차이점이 있다면.

"나는 싸울 환경이 됐다고 판단될 때까지는 상대 주문을 받아주며 형태를 정비한다. 반면 이 사범님은 과감하게 전투를 유도하는데 그 이면엔 깊은 수읽기가 뒷받침돼 있다. 이번 결승 세 판은 모두 난전(亂戰)이 될 것 같다."

―작전을 공개할 수 있나.

"단단하면서도 집으로 안 밀리는 포진을 짜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그런 능력이 부족한 만큼 흑보다는 백번(白番)에 더 기대하고 있다."

―한국기원 기사 프로필에 이세돌을 가장 좋아한다고 쓰여있더라.

"기질(棋質)면에서 가장 닮고 싶은 선배라는 뜻이다. 최근 함께 기보를 검토하는 기회가 몇 번 있었는데, 바둑을 보는 눈이 역시 남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결승전에 대비한 준비는.

"실전이 최고의 공부다. 최근의 잇단 대국이 도움이 됐다. 기보도 많이 봤다. 몸 상태도 좋다."

―우승할 경우 三단을 점프해 五단이 되고, 첫 우승과 2억 5000만원의 상금도 따라온다. 셋 중 어떤 것에 가장 가슴이 설레는가.

"당연히 첫 타이틀이다. 한때 입단이 늦어져 애태웠었는데 五단이 된다면 그것도 꿈같은 일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