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원작에 지나치게 충실...디테일 아쉬움

영화 '바보'(감독 김정권)는 인기 작가 강풀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원작 만화는 홍보사의 카피처럼 실제로 1000만명이 봤을 지는 의문이지만, 그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그런데 정작 초미의 관심 속에 제작됐던 영화는 크랭크업 2년이 지난 28일 개봉한다.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대목이나, 영화를 보면 궁금증은 쉽게 풀린다.

기초 공사는 잘 돼 있지만 인테리어에 아쉬움이 많은 건물이라고나 할까.

원작이 있는 영화들 대부분이 그렇지만, 두 시간 내외의 영화가 원작의 깊이를 담아내기는 힘들다. '바보' 역시 예외는 아니지만, 확실히 원작의 득도 많이 본 영화다.

"어려운 살림살이, 각박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며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은 요즘, 차갑게 식어있던 마음을 위로해주는 따뜻함이 그리울 때 강풀의 만화 '바보'를 만났다. (중략) 내 모든 것들을 사랑과 우정에 걸 수 있었던, 바보같던 시절의 기억이 떠오르면서 그 시절을 함께 한 옛 친구와의 소주 한 잔이 그리웠다." 연출을 맡은 감독의 변(辯)이다. 비단 원작 만화를 보지 않은 사람이라도 순수한 바보와 가족, 친구 등이 등장하는 영화의 진행 방향을 예측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럼에도 영화는 관객들을 충분히 울릴 만한 힘을 갖고 있다. 바로 원작의 힘이다. 이미 만화로 수많은 독자들을 울렸던 이야기의 진정성은 스크린에서도 관객들의 가슴을 적시기에 모자람이 없다.

다만 영화적 완성도에는 아쉬움이 많다. 각색의 기교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원작에 '지나치게' 충실했다는 말인데, 디테일이 아쉽다. '원작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창작'이 아니라 원작의 압축 요약본에 그친 느낌이 든다. 이는 기자 시사 후 감독과 주요배우들이 밝힌 것처럼 과도한 편집 탓이 크다.

영화는 지나치게 주인공 승룡(차태현)과 지호(하지원)에게만 포커스를 맞춘다. 동네 불량배인 친구 상수(박희순), 승룡의 여동생 지인(박하선) 등 다양한 이야기 거리가 있었음에도, 이를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 당연히 영화가 입체감을 잃고, 밋밋한 흐름으로 진행될 수 밖에 없다.

감독은 러닝 타임을 줄이기 위해 상당한 고민을 했다지만, 오히려 시간을 알맞게 끊는 데 집착하기보다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영화'를 만드는 게 더 나을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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