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LG배 세계기왕전] 패착(敗着) 출현

〈제8보〉(108~121)=오전에 후야오위는 2시간 15분, 이세돌은 고작 44분을 썼다. 유리할수록 더욱 손바람을 내는 게 이세돌의 습관이라지만 이건 좀 심했다. 오후 대국개시 때 벌어진 해프닝 하나. 입회인이 재개선언을 했건만 계시기(計時器)는 꿈쩍도 않는다. 이세돌의 손짓 항의를 받은 기록자가 단추를 누르자 비로소 바늘이 움직였다. 오후 첫 수에 후야오위가 투입한 시간은 9분.

108로 109 쪽에서 젖히면 참고 1도처럼 조그맣게 살 수는 있지만 10까지, 흑 필승 국면이 된다. 흑도 집으론 크게 부족하므로 반드시 전체를 잡아야 한다. 110으로 틀을 갖췄을 때 114까지 조이고 115 치중해 일망타진을 외친 것도 그런 이유. 116의 "다 살겠다"는 선언 직후 118이 종국 후 이 바둑의 패착으로 규정됐다.

118로는 참고 2도 1로 흑의 건넘을 방지한 뒤 3 이하 11까지의 수순으로 탈출을 노렸어야 했다. 이 수를 놓느라 마지막 5분을 다 쓰고 초읽기에 들어갔으니 백으로선 엎친 데 덮친 격. 121이 놓이자 사방이 막혔고 천지가 캄캄한데 구명 줄은 보이지 않는다. 후야오위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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