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LG배 세계기왕전] 대마 절명

〈제10보〉(136~154)='대마불사(大馬不死)' 만큼 실감나는 바둑격언이 또 있으랴. 몽땅 사로잡았다고 흥분하는 사이 대마는 늠름히 목숨을 챙겨간다. 하지만 그 못지않게 신통력을 가진 격언이 하나 더 있으니, 바로 "대마도 두 집 못 내면 죽는다"는 기훈(棋訓)이다. 자신의 대마를 사로잡혀본 사람 아니면 그 절절한 아픔을 이해하지 못한다. 서로 모순된 두 개의 명제 속에 바둑의 비밀이 숨어있는 것은 아닐까.

136에 잇자 흑은 139까지 자신의 삶부터 확인하고 본다. 140으로 141에 때려내면 흑 140이 파호 겸 좌상귀 흑에게도 급소여서 희망이 사라진다. 142까지는 외길진행. 여기서 143으로 1선에 뛴 수가 이세돌이 보아두었던 급소의 일격이었다. "대마도 두 집 못 내면 죽는" 진리를 기어이 확인하는 장면이다.

143으로 참고도 1 따위는 안 된다. 흑이 끝까지 추격하면 백도 2 이하 14까지 절묘한 맥점 퍼레이드로 응수한다. 참고도의 결말은 흑 백 공생(共生)의 형태로 이른바 빅. 이 그림은 물론 흑의 낭패다. 143 때 돌을 거두었다면 멋진 최후였을 텐데, 백은 144로 또다시 저항을 계속한다. 상대 손길이 워낙 번개같아 돌 거둘 기회마저 놓친 것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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