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보윤 기자의 시네마 핫!] 80살 먹은 미키마우스는 싫다?

얼마 전 실베스타 스탤론(Stallon)은 "뉴(new)라는 단어 하나 때문에 이전의 좋았던 것들은 순식간에 '올드(old)'가 돼 버린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그의 안타까움에 고개를 끄덕이기는 쉽지만, '새것'을 앞에 두고 '낡은 것'을 집어드는 관객들을 만나기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신선하고 남과 다르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들에 매료되는 인간의 본능을 어떠한 이성이나 규율로 통제하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올해로 탄생 80주년을 맞는 영원한 꼬마 생쥐 '미키 마우스'도 마찬가지다. 전세계에서 아이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캐릭터 중 하나인 미키 마우스지만 그 역시도 세월의 흐름을 비켜가지 못하는 것 같다. 그와 관련된 80주년 기념 행사를 알아보다 이런 이야기를 듣게 됐다. 미키 마우스의 제작사인 월트 디즈니측 관계자는 "제발 80주년 이야기는 빼달라"고 간곡하게 부탁했다. '80주년' 때문에 기사를 준비했건만, 무엇을 쓰든 간에 '80'이라는 숫자를 빼 달라니 아이로니컬할 수밖에.

이유인즉 그랬다. 지난해 월트 디즈니측에서 '곰돌이 푸' 80주년 행사를 대대적으로 벌였으나 반응은 예상과 달랐다는 것이다. 생일을 통해서 아이들과 한층 더 가까워지리라 기대했지만 거꾸로 아이들은 "푸가 80살이나 됐어", "내 친구 푸가 할아버지야"라며 놀라워하기 일쑤였다고 한다. 영원한 아이들의 친구일 것 같았던 그도 나이를 먹는다는 생각에 아이들이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거라는 평가다. 그런 시행착오 끝에 올해는 '미키 마우스 80살'이란 말을 빼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얼마 전 할리우드 스타에 대해 대대적으로 비난을 가한 한 영국 프로그램이 문득 떠올랐다. '위기의 주부들'로 인기를 끈 테리 해처(Hatcher)는 주름 완화용 보톡스 중독으로 눈가 근육이 이상해지는 모습이 여러 사진으로 포착되고 있고, 영화 '반지의 제왕' 속 요정 엘프로 친숙한 리브 타일러(Tyler) 역시 보톡스 중독으로 볼 때마다 얼굴이 바뀐다는 독설이었다. 그 순간 몇 달 전 조선일보에 실렸던 로버트 레드퍼드(Redford)의 옆모습이 머릿속에 겹쳐졌다. 자글자글한 주름 역시 인생의 한 부분, 경험, 추억으로 승화시키는 그의 매력에 매료됐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순간의 '감동'은 얼마나 갈 수 있을까? 이 글을 읽고 아니 로버트 레드퍼드에게 찬사를 보내며 글을 쓰고 있는 스스로 조차도, 만약 젊어 보일 기회가 주어진다면 현대 의술에 의존하고 싶어지지 않을까? 결국 할리우드 배우뿐 아니라,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도 '방부제 먹은 젊음' 같은 것에 중독되는 삶을 살 수밖에 없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