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제점 한상훈, 7부능선 넘었다" "아직 알 수 없다"

○…결승 1국이 한상훈의 승리로 끝나자 우승의 7부 능선을 넘었다는 분위기. 수학적으로도 선제 1승을 따낸 쪽의 우승 확률은 75%나 되는 데다 심리적 프리미엄까지 감안해야 하기 때문. 그러나 이세돌은 도요타덴소배, 물가정보배 등에서 1국 패배 후 역전 우승하는 등 워낙 풍부한 경험을 자랑해 2, 3국이 더욱 재미있어졌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게 나왔다.

○…오후 4시10분 돌을 거둔 이세돌은 한상훈을 붙잡고 약 30분가량 복기를 나눠 특유의 연구열을 또 한 번 보여주었다. 이 九단은 평소에도 특히 진 바둑의 경우 상대방을 붙잡고 끝없이 의견을 교환하는 타입. 한상훈도 대선배가 제시하는 참고도에 다소곳이 의견을 피력하면서 복기가 길어졌다.

○…두 기사의 신경전은 대국에 앞서 돌 가리기부터 시작됐다. 상단자인 이세돌이 백 돌을 한 움큼 쥐자 한상훈은 흑 돌 하나를 반상에 올려놓았고, 백 돌이 짝수임이 확인되자 이세돌이 지체 없이 흑을 선택한 것. 한상훈은 평소 백을 절대 선호하는 반면 이세돌은 "덤 6집 반이면 흑이 조금 더 좋다"는 견해를 밝혀왔다. 결국 쌍방 모두 좋아하는 돌 색깔로 정면 승부를 펼친 셈.

○…이날 결승 1국이 열린 트윈타워는 대회 후원사인 LG그룹의 주요 회사들이 들어있는 곳. 삼성화재배가 자체 사옥에서 열린 적은 몇 번 있었으나 LG배의 본사 유치는 이번이 처음이다. LG그룹 홍보실 유성로 부장은 "세계 최대기전 후원에 자부심을 가졌던 직원들이 결승전을 회사로 직접 유치하자 더욱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흡족한 모습.

간이 해설

흑 11은 상변으로 벌리는 게 보통. 백 24도 46으로 두는 경우가 많다. 65론 66으로 늘어 싸우고 싶다. 85는 228자리가 컸다. 백 88이 놓여 어려운 승부. 123으론 131도 있었을 듯. 130까지 흑이 한 게 없다. 143은 146을 못 본 수로 그냥 149가 옳았다. 152, 154는 기분에 치우친 수. 183에 두고 상변을 지켰으면 백이 좋았다. 168로 175였으면 백승이 확정됐을 것이다. 177이 패착. 247에 팻감을 써서 패를 계속했으면 흑이 유망했다. 이후는 백의 기분 좋은 마무리.

(최규병 九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