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바둑 갈수록 '영파워 세상'

세계바둑 최정상권 연령이 해를 거듭할수록 젊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 세계 메이저대회 결승 진출자 평균연령은 2월 말 현재 23.3세. 이는 세계대회가 시작된 88년 이후 21년 동안 가장 낮은 것으로, 88년의 41.5세에 비하면 무려 18세 이상 젊어졌음이 최근 한국기원의 통계자료를 통해 밝혀졌다.

단일대회 중 역대 최연소 결승전은 현재 거행 중인 제12회 LG배 세계기왕전이다. 이세돌 25세, 한상훈은 20세로 평균 나이 22.5세에 불과하다. 지난달 벌어진 삼성화재배 때는 이세돌과 박영훈(23)이 결승을 치르는 등, 올 들어 20대 초·중반 기사들이 세계 무대를 휘젓는 중이다. 연도별 결승 진출자 평균연령은 89년 이후 2002년까지 14년 중 12년간 30대에 머물다가 2003년 이후 20대 시대가 활짝 열렸다.

평균연령의 하락추세는 연도별 우승자 경우도 마찬가지. 90년 우승자 평균 42.5세를 정점으로 2003년까지는 들쑥날쑥했으나, 2004년부터 20대 시대가 확고히 자리 잡았다. 이세돌 장쉬 박영훈 구리 박정상 등 젊은 강호들이 대거 정상권을 점령한 결과였다. 2004년엔 이창호(29세·이하 당시 나이) 외에 박영훈(19) 이세돌(21)이 세계대회를 3등분하면서 우승자 평균 23세란 사상 최연소 기록을 세웠는데, 이번 LG배에서 만약 한상훈이 우승한다면 22.5세로 그 기록도 갈아치우게 된다.

특별한 스타에 의해 연도별 평균이 춤을 추기도 한다. 96년 열렸던 4개 국제대회 중 2개를 석권한 이창호(21세)로 인해 그해 우승자 평균연령은 당시만 해도 이례적으로 낮은 25.5세를 기록했다. 또 94년에 전년도보다 무려 13세나 높아진 41세를 기록했던 것은 조훈현이 그해 벌어진 2개 국제대회(동양증권배·후지쓰배)를 모두 평정했기 때문.

연도별 우승자 평균 단위는 九단이 총 13회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아직 이창호가 저단시절이었던 92~93년, 이세돌(당시 三단)이 두각을 보인 2002년, 구리(七단) 박정상(六단)이 패권을 잡은 2006년 우승자 평균 단위는 六~七단 대에 머물렀다. 한상훈이 이번 LG배에서 우승할 경우 올해 평균 단위는 7.3단으로 낮아지게 된다. 바둑계에선 20대 전후 정예들의 실력이 갈수록 충실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우승자들의 연소화, 저단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