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2회 LG배 세계기왕전] 四단과 초단

〈제1보〉(1~21)=4강전 마지막 판이다. 한상훈은 올 5월에 만 20세가 되는 '하이틴'. 초단 신분으로 둔 마지막 대국 기념으로 본란에서도 초단으로 표기하기로 한다. 온소진은 22세. 20세 전후 저단 청년들이 세계무대 최 상층부를 마구 누비고 있으니 한국바둑은 과연 강하다. 종전 세계대회 결승진출 최저단(低段) 기록 보유자는 이세돌. 三단이던 2001년 제5회 LG배 결승에 나가 준우승했었다.

흑백 선택권이 주어지자 한상훈은 예상했던 대로 백돌이 담긴 통을 끌어온다. 6까지는 지극히 상식적인 진행. 7이 좀 뜻밖으로, 참고 1도가 가장 눈에 익은 형태다. 11까지 마치 흉내바둑 같은 수순이 이어졌다. 두 기사의 불타는 투지와 긴장감이 동형 반복으로 반상(盤上)에 표출되고 있다.

14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가'에 두었지만 스피드가 강조되는 요즘엔 16까지의 변형도 자주 등장한다. 특히 지금 장면에선 참고 2도 흑 6의 자세가 좋아 백으로선 내키지 않는다. 17 이하 21까지는 지극히 평범한 정석. 착실한 기풍의 두 기사가 '피 한 방울 안 날' 포진을 짜나가고 있다. 다음 백의 '행선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