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떠난 아내의 빈자리 바이올린 선율로 달랜다

영국 고(古)음악의 첫 세대에 속하는 바이올리니스트 존 홀로웨이(Holloway·60)가 사별한 부인을 향한 애절한 그리움의 선율을 한국 무대에서 들려준다.

홀로웨이는 오르간 연주자였던 부인 알로이지아 아센바움(Assenbaum)을 기리며 바로크 작곡가 비버(Biber·1644~1704)의 파사칼리아를 3월 21일 호암아트홀에서 연주한다. 비버의 음악 연주에 애착을 기울였던 홀로웨이가 비버의 소나타를 녹음하기 위해 택했던 오르간 연주자는 삶과 음악의 동반자였던 아내 아센바움이었다. 하지만 아내는 지난 2002년 7월 두 번째 비버 소나타 음반을 녹음한 뒤, 반년도 지나지 않아 그 해 12월 암으로 타계했다. 이 음반은 생전 아내가 남편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선물이 됐고, 남편은 죽은 아내에게 음반을 헌정했다.

홀로웨이는 전화 인터뷰에서 "바로크 음악에서는 음표의 색채와 에너지, 질감까지 많은 부분이 자율성에 맡겨져 있기에 연주자 사이의 호흡도 그만큼 중요할 수밖에 없다. 호흡이 좋지 않았다면 함께 연주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아내를 회상했다. 부부는 2001년과 2002년 두 차례에 걸쳐 비버의 소나타를 녹음(ECM)했고, 아내가 감싸는 오르간의 반주 위에서 홀로웨이는 넉넉하고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바로크 바이올린의 멋을 전달했다. 두 음반 모두 그라모폰의 편집자들이 선택한 '에디터스 초이스'에 선정되며 격찬을 받았다.

호암아트홀 리사이틀에서 홀로웨이는 아무런 반주 없이 외로이 바로크 바이올린을 들고 무대에 올라 비버의 곡을 연주한다. 작곡가 비버의 대표적 걸작 '미스테리 소나타' 가운데 마지막 곡인 '파사칼리아'다.

홀로웨이는 '옛 악기와 작곡 당시의 연주 방법으로 옛 음악에 접근해야 한다'는 고(古)음악 운동의 초창기인 1970년대, 런던 클래시컬 플레이어즈(1978~1992)와 태버너 플레이어즈(1977~1991)의 악장을 맡으면서 잊혀진 작곡가와 그동안 충분히 조명 받지 못했던 작품들을 의욕적으로 발굴했다. 2000년대 들어 그는 바로크 바이올린의 예스런 멋을 통해 그 누구의 도움 없이 홀로 고독하고 처연하게 옛 음악의 멋을 전달해왔다.

그는 "현대 바이올린은 더 큰 음량과 강렬한 긴장감으로 더 힘에 넘치는 소리를 얻었지만, 대신에 다양성과 연약함을 잃어버렸다. 바로크 바이올린이 매력적인 것은 인간의 목소리에 고유한 호흡을 악기에 돌려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버의 곡 외에도 최근 녹음한 바흐의 소나타 1번과 파르티타 2번 등을 함께 들려준다.

▶존 홀로웨이 리사이틀, 3월 21일 오후 8시 호암아트홀, (02)751-9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