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쎈돌'의 매운 복수… 승부는 원점으로

이세돌이 통렬한 반격에 성공하며 패권의 향방을 원점으로 돌렸다. 27일 여의도 LG트윈타워서 벌어진 제12회 LG배 세계기왕전(조선일보사 주최) 결승 3번기 제2국서 이세돌(25) 九단은 한상훈(20) 二단에게 백으로 162수 만에 불계승, 이틀 전 패배를 설욕하고 1대1 타이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날 바둑은 한 二단이 좌하귀 백의 단점을 너무 노린 탓에 무리한 행마가 뒤따랐고, 이 틈을 탄 이 九단이 주도권을 잡아 끝까지 밀어붙인 일국이었다. 이로써 두 기사의 통산 전적도 쌍방 1승 1패가 됐다. 이세돌의 세계대회 4관왕 등극이냐, 약관 20세의 세계 최저단(低段), 최단기간 세계제패냐가 걸린 최종 3국은 28일 같은 장소에서 벌어진다. 우승 상금 2억5000만원.

3국 백, 누가 잡나 관심 집중

○…1국 때 한상훈의 백번(白番) 승리에 이어 2국서 이세돌이 백으로 이기자 최종 3국서 누가 백을 잡느냐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특히 한상훈의 경우는 이번 대회서 거둔 9연승을 모두 백으로 장식해 오다 첫 흑번인 이날 유일한 패배를 당한 것. 한 二단은 평소 "포석에 자신이 없어 백이 훨씬 편하다"고 말해왔다.

네티즌들 이세돌에 배팅

○…1국서 한상훈이 뜻밖의 완승을 거두었음에도 이날 2국의 인터넷 접속자 베팅 비율은 67대 33으로 이세돌의 우세로 나타나 이채. 바둑은 실제로 이세돌의 페이스로 흘러가 백의 낙승으로 끝났다. 검토실을 메운 프로기사들은 "천하의 이세돌이 이대로 영패하지는 않으리란 팬들의 믿음과 예상 능력이 모두 대단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상훈, 흑만 잡으면 흥분"

○…한상훈의 스승인 김원 七단은 1국에 이어 이날도 아침 일찍부터 대국 상황을 지켜보다가 제자의 패배로 흘러가자 몹시 아쉬운 표정. 김 七단은 "평소엔 침착한데 흑을 잡기만 하면 흥분하는 경향이 있다"며 쓴 웃음을 지었다. 한상훈은 김원 도장에서 초등학교 3년 때부터 10년간 공부했다고.

간이 해설

흑 31은 34가 두터운 수. 백 32 이하 48까지는 백이 편해진 절충이다. 흑 53은 약간 의문. 그냥 55, 백 53, 흑 56의 진행이 좋았을 듯. 흑 57은 노림수이나 백 62가 묘수. 66까지 백의 실리가 좋다. 81은 무리로 보인다. 109는 한 칸 왼쪽으로 치받고 140으로 연결할 곳. 112부터 116까지 돼선 백의 승세. 143, 144는 쌍방 묘수이나 승부엔 관계없다. 백의 완승국.

(최규병 九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