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LG배 세계기왕전] 일진일퇴

〈제3보〉(36~50)=온소진은 이 바둑을 둘 무렵 만 21세 생일을 갓 지난 나이였다. 단위도 四단에 불과했다. 이런 초년병이 세계대회 준결승까지 오르고도 화제의 중심에 서지 못했던 이유는 한가지뿐이다. 나이도 단위도 더 아래인 한상훈에게 시선을 빼앗겼기 때문. 이 바둑은 대국자 연령이 가장 젊은 세계대회 준결승 대국으로 오랫동안 기록을 유지할 것 같다.

흑이 ▲로 뛰어든 장면. 백은 일단 36으로 씌워놓고 동태를 살핀다. 참고 1도와 2도 모두 백이 탐탁지 않다는 결론이 내려진 것. 예정대로 37에 붙여왔을 때 38 이하 46까지가 백의 입장에서 최선의 처리였다. 이 결과는 흑의 외곽이 두터워진 대신 백도 우상귀를 파괴한 전과가 크다. 47까지 호각(互角)의 결말이란 중론. 48은 한가해 보이지만 절대의 한 수였다. 이 수를 생략하면 참고 3도처럼 보금자리를 빼앗기고 정처 없는 방랑에 나서야 한다. 백이 보강한 뒤엔 흑 49도 절대수. 이번엔 백이 50으로 침투해 갔다. 이 바둑 세 번째, 백으로선 첫 적진 침입이다. 여기서 또 다시 한바탕 육박전이 펼쳐지면서 팽팽한 형세도 균열을 일으키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