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동분자 아들'이 중국 유명화가 됐다

소년은 중국 문화혁명 때 아버지가 뜻하지 않게 '반동'으로 몰려 온 가족이 노동 개조 농장으로 내몰리는 소용돌이를 겪었다. 굴곡 많은 중국 현대사 속에서 늘 아버지와 가족의 운명에 애태우고 갈등하며 성장한 소년은 특유의 냉소와 해학 넘치는 그림들을 그려내며 서방에서도 주목하는 작가가 됐다. 서울 사간동 갤러리 현대에서 첫 개인전을 여는 중국 화가 탕즈강(唐志岡·50)씨다.

'인간은 결코 자라지 않는다'(Never Grow Up)는 제목 아래 탕씨가 선보이는 유화 30여 점은 우습고 서글프고 쌉쌀하다. 뺨이 통통한 꼬마들이 군가를 연주하거나 군사 훈련을 받는 '중국 동화' 연작, 회의실에 줄지어 앉은 채 콧구멍을 후비거나 침을 흘리는 '어린이 회의' 연작들엔 쓴웃음이 묻어 있다.

탕씨는 문화혁명 와중에 중국 윈난성 쿤밍(昆明)의 노동 개조 농장에서 자랐다. 혁명의 열기에 호응했다기보다는 그저 다른 꼬마들처럼 '홍소병(紅小兵)'이 돼서 붉은 완장 한번 차보는 게 소원이었다. 그러나 한때 인민해방군 지휘관이었던 그의 아버지는 "사상이 불온하다"는 혐의를 받고 반동으로 몰려 식솔과 함께 농장에 내몰렸다. 소년은 '언제쯤 아버지 혐의가 풀리나?' 애태우며 10대를 보냈다. 간신히 아버지가 복직됐을 땐 문혁이 벌써 끝난 뒤였고 탕씨는 어언 19세였다. 그는 인민해방군에 입대해 96년까지 20년간 복무하며 군인 신분으로 난징 예술학원과 해방군 예술학원을 졸업하고 막사에 살면서 기록화를 그렸다. 아버지가 그랬듯 그도 당원 겸 군인이 됐지만 '생활의 편익을 도모한' 선택이었을 뿐 마음으로부터 혁명을 신봉한 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