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퍼', 유명 관광지만 보다가...아이디어 전달 미흡

청소년을 위한 오락 영화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점퍼'는 전세계를 배경으로 순간이동 초능력을 자유로이 사용하는 젊은 청년의 이야기. 물론 이들 초능력자(점퍼)들을 막으려는 교황청 소속 팔라딘과의 한판 대결도 펼쳐진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굳이 점퍼들과 팔라딘이 왜 서로 죽고 죽이는 싸움을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단지 주인공과 반동인물이 필요했을 뿐이다.

술주정뱅이 아버지 밑에서 자란 왕따 주인공 데이빗(헤이든 크리스텐슨)은 뒤늦게 초능력을 깨닫고 학교와 집을 뛰쳐나간다. 이후 순간이동으로 은행을 털어 세계 유명 관광지를 돌아다니며 돈 많은 백수의 삶을 산다.

영화는 딱 철없는 청소년들의 공상을 그대로 실현시켜 놓았다. 집과 학교에서 독립해 마음껏 즐기며 살기 바라는 질풍노도기의 꿈이 담겨있다. 실재로 영화엔 젊은 남자들이 꿈꾸는 아름다운 여자친구, 값비싼 자동차 질주, 나만의 아지트, 낭만적인 해외 여행 등이 계속해서 보여진다. 게다가 수많은 범죄로 얻은 큰 돈을 별다른 죄책감 없이 마음껏 물쓰듯 쓴다. 가족의 의무, 사회적 책무 대신 현실을 즐기고 싶어하는 청소년들의 희망사항들로 영화는 꽉 차있다. 중간에 어설픈 자아찾기와 가족애 등이 살짝 보여지지만 스쳐가는 걱정 수준이다.

'점퍼'는 청소년들이 즐기기에는 딱 그만. 그렇다고 성인들이 즐기기에도 부족한 오락 영화는 아니다. 이야기가 좀 느슨해도 짧은 시간 안에 펼쳐지는 세계 유명 관광지와 화려한 액션은 충분히 즐길만 하다.

그러나 '본 아이덴티티'를 연출하고 '본' 시리즈를 만들어낸 덕리만 감독의 작품이란 점에선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특히 탄탄한 짜임새와 기발한 아이디어를 자랑하는 원작에 매료된 관객이라면 상당히 실망할 듯. 짧은 러닝타임(88분)때문에 영화는 보여지는 것 이상의 쾌감을 주지는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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