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왜 하필 하고 많은 일들 중에 영화를 했는지 후회가 될 지경입니다."
최근 만나 이야기를 나눈 영화인들은 약속이나 한 듯 한숨부터 내쉬었다. 불과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자꾸 안 된다는 말만 하면 더 안 되니 긍정적인 전망을 해달라"고 하던 사람들이건만, 지금 그들에게 남은 건 후회와 장탄식뿐이다.
그나마 올초부터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추격자' 등이 잇따라 흥행하면서 한국영화 부활에 대한 기대를 부풀렸지만, 아직 충무로에는 찬바람이 매섭게 불고 있다.
제작자들은 한 푼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심지어 감독들까지 투자자를 찾아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서고 있다. 지난해부터 허리띠를 졸라 맨 덕에 평균 제작비가 8억원 정도 줄어들긴 했지만, 돈의 씨는 그 이상으로 말라붙었다. 상황이 이렇듯 심각하다보니 한때 한국영화를 호령하던 굴지의 제작사들조차 감원에 구조 조정 등을 단행하고 있고, 일거리가 줄어든 홍보대행사들은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가거나 '현상 유지'를 목표로 살림을 꾸리고 있다. 그나마 "더 늦기 전에 다른 일을 찾아보겠다"는 영화인들은 사정이 좀 나은 편이다. "기왕 버린 몸, 가는 데까지 가 보겠다"는 체념 어린 말을 쏟아내며 쓴 소줏잔을 들이키는 영화인들을 보면 안쓰럽기 짝이 없다.
"아는 영화사 대표에게 '시나리오 좀 달라'고 전화를 했다가 '사무실을 뺐다'는 대답을 듣고 뻘줌했다"는 한 영화배우의 말이 더욱 더 절절하게 느껴지는 현실이다.
방송가 역시 민심이 흉흉하기는 마찬가지다.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났던 외주제작사들의 태반이 고사 위기에 처해있다. 당장의 욕심에 눈이 멀어 기형적인 제작구조를 만들어냈던 결과가 너무도 참혹하게 나타나고 있다. 실제 제작을 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크레딧에 '이름'을 올리는 조건으로 이면 계약을 맺고, PPL 등을 유치해 수익을 올리는 기형적인 시스템은 이미 방송가에 공공연한 사실로 알려져 있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출연료 낮추기 붐이 일고 있는 영화계와는 달리 오히려 나날이 치솟고만 있는 연기자 출연료도 결국 외주 제작사들 간 과당경쟁의 산물이다. 오죽하면 "싹 다 망해봐야 정신을 차린다. 제대로 된 제작사들만 살아남아 자체 질서를 유지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성토가 쏟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우화는 욕심에 눈이 멀어 그 거위의 배를 갈랐다가 후회하는 비극적 결말로 마무리된다. 지금이라도 가르던 배를 빨리 봉합해야 하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OO가 슈킹(횡령)을 했다더라"는 등의 흉흉한 소문이 끊이질 않고 있다.
우리 엔터테인먼트계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 이야기는 제발 해피엔딩으로 끝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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