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이 '여제' 넘본다

"내가 루이의 후계자다." 제13기 여류국수전 패권을 놓고 박지은(25) 九단과 이민진(24) 五단이 11일부터 결승 3번기에 돌입한다. 어느덧 40명을 돌파한 국내 여류프로들을 이끌 새로운 여제(女帝)를 뽑는 중요한 길목이다.

국내 여류 타이틀은 여류명인전, 여류기성전을 포함해 모두 3개. 루이나이웨이(芮乃偉·45)가 한국에 정착한 99년 이후 벌어진 3개 무대 결승전은 총 17회로, 루이는 그중 14회를 우승했다. 나머지 3번 정상에 오른 기사는 조혜연(23) 七단. 이 두 기사가 모두 빠진 채 치러지는 여류 타이틀전 결승은 루이 등장 이후 사상 처음이다.

박지은과 이민진이 루이·조혜연을 뛰어넘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둘 모두 국내 최고(最古) 여류기전의 새 주인을 노릴 자격은 충분하다. 최근의 기세가 그만큼 눈부시다는 뜻. 박지은은 지난해 대리배와 원양부동산배를 연거푸 제패한 현역 세계 2관왕이다. 그 과정에서 최초의 '토종 九단'이란 영예도 전리품으로 챙겼다. 5년 연속 인기 기사상을 탔다는 사실도 팬들의 박지은에 대한 깊은 신뢰를 뒷받침해 준다.

이민진은 특히 큰 승부에 강하다. 꼭 1년 전 제5회 정관장배 때 한국 팀의 최종 주자로 출전, 막판 5연승으로 기적의 대역전 우승을 이끌어내며 바둑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헤로인이다. 이번 대회서도 준결승에서 거함 루이나이웨이를 만나 예상을 뒤엎고 완승, 풍운아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박지은은 준결에서 대리배 준우승자 김혜민을 딛고 결승 무대를 밟았다.

국내 제패 경력이 여류명인 1회에 불과한 박지은이 '루이 이후'를 노린다면 이번 결승은 놓칠 수 없는 기회. 이민진으로서도 생전 처음 올라본 결승 무대에서 결코 빈손으로 내려갈 수 없다는 각오다. 통산전적도 쌍방 2승2패의 호각세. 각자 3시간에 1분 초읽기 5회 방식으로 우승 상금은 110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