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LG배 세계기왕전] 비극의 終盤(종반)

〈제10보〉(161~178)=시종 함께 어울렸던 둘은 이 바둑 결과 천국과 지옥으로 갈렸다. 그래도 둘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친하게 어울렸을까. "아니요. 워낙 큰 판이어서 좀 서먹서먹했어요." 그렇다면 그 분위기를 어떻게 해소했지? "제가 먼저 말을 걸었어요. 사소하게 지나가는 말처럼…. 온 사범이 대범하게 대해주어서 어색함이 금방 사라지더군요." 대국 다음 날 공항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기자와 한상훈이 나눈 대화 내용이다.

161, 163은 약 7집짜리. 그보다는 참고도 1 이하 7까지가 8집 강으로 좀 더 컸다. 그런 뒤 14까지 쌍방 최선의 끝내기를 해 나가면 이 진행은 미세하지만 흑승이란 결론. 174가 놓이니 안팎으로 차이가 실감난다. 바둑은 이제 엄청 미세해졌는데, 그러나 아직도 역전은 아니었다. 약간이나마 흑 쪽에 희망이 있었던 것.

문제는 흑이 오래 전부터 마지막 초읽기에 쫓기며 실수를 연발, 초조함이 극에 달한 상태란 점이었다. 178까지는 이런 정도. 여기서 흑 최선의 수순을 연구해 보시라. 온소진은 그 수순을 찾지 못했고, 바로 이 대목에서 기어이 마지막 패착이 터지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