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2회 LG배 세계기왕전] 막판 역전극(逆轉劇)

〈제11보〉(179~205)=바둑은 지극히 미세한 형세. 단 조건은 같지 않다. 백이 1시간 가량 시간 여유가 있는 반면 흑은 벌써 20여 수째 마지막 초읽기에 쫓기고 있다. 이길 수 있는 기회를 여러 차례 놓쳤다는 점에서 심리적으로도 흑은 평정심 유지가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기어이 패착이 터졌다. 179가 온소진으로선 평생 못 잊을 문제의 한 수.

참고도 1, 3 다음 5 이하 14까지 흑이 선수(先手)로 처리할 수 있었다. 하중앙을 비교한다면 참고도가 실전보다 2집 이상 이득이었다. 17에 이르면 무조건 흑승이라는 것. 이 바둑은 백이 1집 반을 이겼으니 기막힌 일이다. 이 바둑을 검토하던 최규병 九단이 "온소진 정도의 실력이면 참고도는 10초도 안 걸릴 수순"이라며 혀를 찬다.

거꾸로 184가 놓여 미세하나마 역전이다. 게다가 뒤이은 187도 188로 뛰는 수가 1집 이득. 191은 선수를 뽑으려는 뜻이다. 하지만 백은 192부터 오히려 선수 권리를 행사한 뒤 198로 집을 냈고 이것도 보기보다 컸다. 204는 3집 반 정도 크기의 짜릿한 끝내기 안타로 승부가 결정됐다. 이후 수순은 총보로 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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