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지해진 만큼 만족스럽지 못한 이유 '마이 뉴 파트너'

90년대 초 '투캅스'는 그야말로 대박을 터트렸다.

부패한 고참과 아직은 세상의 때가 묻지 않은 신참내기 경찰의 초기 옥신각신 다툼, 이후 둘이 화합해 차례차례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관객들은 유머와 화끈한 액션에 열광했다.

널리 알려진 대로 영화의 주요 설정은 프랑스 영화 '마이 뉴 파트너'를 그대로 따온 것이다.

안성기, 조한선 주연의 한국영화 '마이 뉴 파트너'는 위와 동일한 설정에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혈연관계를 덧붙여 끈끈한 가족애가 담긴 액션을 선보인다.

어려서부터 경찰인 아버지의 뇌물 수수 및 각종 부패 혐의로 시달려온 영준(조한선)은 아버지같이 살지 않겠다는 각오로 8년째 연을 끊고 내사과 경위로 일해 온 냉혈남. 어느 날 동료의 비리 사건이 마약 조직과 경찰 내부와 연루돼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사건의 실마리를 쥐고 있는 유리(선우선)를 잡기 위해 부산으로 온다. 부산에서 수사 파트너로 만난 경찰은 다름 아닌 아버지 민호(안성기). 어색하게나마 반가운 마음을 전하는 아버지의 인사에 영준은 냉정히 수사만 진행시킬 것을 요구한다.

영화는 '투캅스'에 비해 진중한 분위기를 유지한다. 까닭은 다름 아닌 아버지에 대한 원한에 가득 차 있는 영준의 캐릭터 때문. 조한선은 극중 민호에 대해 갖고 있는 미움을 표현하기 위해 시종일관 무거운 표정과 차가운 말투로 일관한다. 냉철한 영준과는 정반대 캐릭터인 아버지 안성기는 꽃무늬가 프린트된 셔츠에 어설픈 파마머리만큼이나 여유를 유지하며 웃음을 유발한다. 둘의 상반된 캐릭터의 간극 사이에는 친절하고 따뜻한 민호의 주변인물들이 있다.

영화는 부패한 고참과 원리원칙을 고수하는 신참내기의 갈등에 집중하기보다 부자관계의 오해를 해소하는 데 중점을 두고 사건을 풀어나간다. 따라서 어릴 적 영준이 그토록 증오했던 부패한 경찰의 표상은 온데간데없고 너그럽고 청렴한 아버지만이 남아있을 뿐인 것이다. 한마디 재치를 날리는 특별출연 및 조연(류승수, 박철민)이 등장하는 몇몇 장면을 제외하고는 쉽게 웃음이 터지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반을 넘어서면서 사건 전개의 호흡이 빨라지고 아슬아슬한 액션도 펼쳐지지만 예측가능한 플롯은 긴장감을 떨어트린다. 주변 인물들의 안타까운 죽음도 극적 요소를 더하는 데 큰 도움을 주진 못한다. 중반까지 영준의 어두운 이미지가 지나치게 강해서 후반부 민호를 다시금 아버지로 받아들이게 되는 과정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못한다.

'마이 뉴 파트너'는 욕심을 과하게 부려 탈이 난 영화다. 드라마도, 액션도, 코믹도 아닌 그 어정쩡함이 주는 감동에 관객은 어느 요소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씁쓸한 미소만 남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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