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2회 LG배 세계기왕전] 무서운 신병(兵)

〈총보〉(1~261)=133으론 참고 1도 1이하 7까지 두었어야 했다는 의견이 있었다. 상대가 그렇게만 응해준다면 물론 좋은데, 하지만 백은 참고 2도 1로 응수한다. 웬만한 패(覇)는 흑이 굴복할 수밖에 없으므로 12까지는 필연. 13이 불가피할 때 백이 14로 유유히 달아나면 위쪽에서 빵때림 당한 손해가 막심하다. 133이 정수였다는 얘기.

바둑이 참음(忍)의 예술일 수도 있음을 한상훈이 이 판을 통해 입증해 보였다. 약간 뒤에 처진 채 침착하게 뒤따라가며 버틴 힘이야 말로 이 바둑의 승인(勝因)이었다. 막판 미세한 상황에서도 적절한 시간 공격을 펴며 이겨낸 솜씨는 '노련한 초단'이란 수식이 아깝지 않을 만큼 완벽했다.

거꾸로 온소진으로선 너무도 아까운 바둑. 145, 147, 161, 179 중 한 수만 잘 두었어도 결승 티켓은 그의 차지였을 공산이 컸다. 아무튼 초단과 四단이 펼친 이 세계대회 준결승은 바둑사의 한 페이지를 오래 장식할 것 같다. 한국의 신병(新兵)들은 역시 무섭다. (206 261…40, 233…159, 236…230, 242…164, 259…1, 260…217, 261수 끝 백 1집 반 승, 소비시간 백 2시간 7분, 흑 2시간 59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