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만 살아남았다

이창호가 한국의 전멸을 막았다. 17일 중국 항저우(杭州) 티엔위엔 호텔서 벌어진 제7회 춘란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 2회전 16강전서 한국은 이세돌 목진석 원성진이 모두 패한 가운데 유일하게 승리, 8강에 진출했다. 세계 최연소 九단인 중국 천야오예(陳耀燁·19)와 맞선 이 九단은 다소 비세인 가운데 종반을 맞았으나 혼신의 끝내기로 역전승을 이끌어냈다. 285수 흑 3집 반 승.

이 九단이 이날 패했더라면 한국은 97년 제10회 후지쓰배 이후 11년 만에 국제대회 전원 8강 탈락 수모를 재현할 뻔했다. 이로써 이 九단은 제5회 춘란배 우승 이후 메이저급 대회서 4회 연속 준우승에 그친 아쉬움을 딛고 3년 만의 정상 복귀를 노릴 수 있게 됐다. 이날 승리로 이창호는 천야오예와의 역대 전적에서 2승 1패로 앞섰다.

그러나 세계대회 현역 4관왕인 이세돌 九단은 중국 딩웨이(丁偉) 九단에게 예상 밖의 고전 끝에 흑 불계패, 올해 초 삼성화재배와 LG배를 연속 제패한 기세를 이어나가지 못했다. 또 원성진 九단은 중국 1인자이자 전기 우승자인 구리(古力) 九단에게 백 불계로, 목진석 九단은 저우허양(周鶴洋) 九단에게 흑 불계로 져 동반 탈락했다. 미국 대표로 나온 차민수 四단 역시 중국 황이중(黃奕中) 六단에게 막혀 8강행의 꿈을 접었다.

주최국의 이점을 업고 대거 11명이 출전한 중국은 무려 7명이 8강에 포진, 유일한 외국 기사인 이창호를 포위하는 형국이 됐다. 중국의 쿵제(孔杰)는 이날 유일하게 남아있던 일본 기사 다카오(高尾紳路)를 탈락시켰다. 창하오(常昊)와 셰허(謝赫)는 같은 중국의 왕야오(王堯)와 왕시(王檄)를 따돌렸다.

8강 대진은 이창호 대 구리, 창하오 대 황이중, 딩웨이 대 쿵제, 저우허양 대 셰허 전으로 짜였다. 이창호는 구리와 총 6국을 두어 4승 2패로 앞서고 있다. 8강전 장소 및 날짜는 추후 결정된다. 1999년 창설된 춘란배는 6회 대회까지 한국이 4회, 중국과 일본이 각 1회씩 우승했었다. 덤은 중국 룰에 따라 7집 반이며 우승상금은 15만달러(약 1억5000만원). 5회 대회 이후 격년제로 치러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