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핵심은 '기꺼이 위험을 무릅쓰는 것'이다"

"나는 남들과 다른 종류의 명성을 원한다."

조각인지 가구인지 구분이 잘 가지 않는 작품을 내놓는 작가 웬델 캐슬(Wendell Castle·76)은 순수미술과 상업미술의 경계를 허물면서 제3의 길을 걸어왔다. 초기작부터 근작까지 대표작 16점을 서울 청담동 서미앤투스 갤러리에서 전시 중이다. 캐슬은 "잘 아는 일만 골라서 하는 인생은 아예 아무 일도 안 하는 인생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일전에 어떤 유명한 조각가가 '나는 10년치 주문을 받아놨다'고 자랑하기에 속으로 '그건 자랑이 아니라 재앙'이라고 한심해했어요. 10년간 같은 작업만 반복하겠단 얘기잖아요?"

캐슬은 훨씬 도발적이다. "나는 '기꺼이 위험을 무릅쓰는 것'이야말로 예술의 핵심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모든 좋은 예술작품엔 통념을 깨는 데가 있어요. 규모건, 스타일이건, 재료건, 발상이건, 그 무엇이건."

이번 전시는 아시아에서 열리는 그의 첫 개인전이다. 캐슬은 1960년대에 영국 조각가 헨리 무어(1898~1986)의 작품을 연상시키는 둥글둥글한 나무 가구를 발표해서 첫 명성을 얻었다. 등받이, 팔걸이, 의자다리가 하나의 매끄러운 곡선을 이루며 기다랗게 휘어지는 흔들의자가 대표적이다.

이후 플라스틱, 섬유유리 등으로 재료를 바꿔가면서 '몰러 컬렉션(The Molar Collection·어금니 컬렉션)', '블랙 컬렉션(The Black Collection)' 등을 선보였다. 문어발처럼 둥글고 부드럽게 부풀어오른 다리가 달린 그의 '검은 테이블'을 찬찬히 들여다본다. '조각에 육박하는 독창적인 조형미를 갖춘 가구'인지 '가구로 겸용할 수 있게 만든 조각품'인지 슬슬 헷갈린다.

캐슬은 미국 캔자스주(州)의 소도시 홀튼에서 자랐다. 조각과 가구의 경계를 허물겠다는 발상은 캔자스대 미대 재학시절에 시작됐다.

"한번은 주말에 학교 작업실에서 테이블을 깎았어요. 교수가 '학교 작업실은 가구 만드는 곳이 아니라 조각 하는 곳'이라고 하데요. 화가 났어요. 그래서 다시 가서 의자를 깎았어요. 교수에게 '의자처럼 생겼지만 엄연히 조각'이라고 했고, 실제로 전시회에도 냈지요."

캐슬은 "이후 내 평생의 목표는 '조각처럼 전시되고, 음미되고, 숭배 받는 가구를 만들겠다'는 것이었다"고 했다. 그 목표를 가능한 여러 가지 스타일로 실현하기 위해 그는 이런 저런 실험을 계속해왔다.

"나는 '늘 전과 다른 시도를 하는 작가'로 유명해지고 싶었어요. 그래서 컬렉터와 비평가들이 제 작품에 익숙해져서 환호가 터질 때쯤 과감하게 스타일을 바꿨어요. 사실 욕도 먹었습니다. '그냥 하던 거나 계속하라'고."

캐슬이 지금까지 부수지 않고 지키는 유일한 금기가 있다면 '기능성'이다. 그의 작품은 때로 "내가 '가구'라고 써 붙여 놓았으니까 사람들이 '가구'인 줄 안다" 고 할 정도로 기발하지만, 어떤 경우에건 실제로 가구로 쓸 수 있게 되어 있다. 전시는 다음달 11일까지. (02)511-7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