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싱' 감독, "차인표, 탈북자 연기위해 운동부터 중지시켰다"

실화를 소재로한 영화 '크로싱'(감독 김태균, 제작 캠프B)의 베일에 쌓여있던 4년간의 제작과정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18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이화여고 100주년 기념관에서 '크로싱'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이날 김태균 감독과 두 주인공 차태현과 아역 신명철 군인 참석했다.

'크로싱'은 2002년 3월 탈북자 25명의 베이징 주재 스페인 대사관 진입사건에서 출발, 탈북민의 다양한 실화를 모태로 했다. 가족의 약과 먹으 것을 구하기 위해 북한을 떠날 수 밖에 없었던 아버지와 그를 찾아 나선 열한 살 아들의 안타까운 엇갈림을 감동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2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배우 차인표가 맡아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아버지 김용수 역을 맡았고 아들 김준이 역에는 6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발탁된 신명철 군이 열연했다.

이날 제작보고회에서는 비밀 로케이션으로 진행된 한국, 중국, 몽골에 이은 3개국의 대장정과 열악한 환경 속에서 탈북자들의 현실을 재현해낸 배우들의 열연 모습 등을 영상을 통해 공개했다.

김 감독은 기자간담회에서 '크로싱' 제작과정에 대해 처음으로 밝혔다.

그는 비밀리에 제작할 수 밖에 없던 이유에 대해 "처음에는 몰랐는데 탈북자를 만나다 보니까 만들려는 영화가 정치적인 색이 있는 영화 하는 것을 알았다. 자칫하면 정치적으로 논란이 일어날 수도 있겠다 싶어서 조심스럽게 접근하다 보니까 비밀스럽게 진행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크로싱'은 현재 후반작업 중으로 5월중 개봉 예정이다.

다음은 김 감독과의 일문일답.

-영화의 자료조사를 위해 탈북자 단체나 구호단체의 도움을 얻었나?

어떤 특별한 단체의 지원을 받지는 않았다. 4년 전 작업을 시작할 때 정치적으로 민감한 부분이 있는 것 같아서 개별 접촉했다. 저를 비롯한 자료조사 팀이 접촉한 탈북자들은 100명이 넘고, 제가 개인적으로 만나 인터뷰 한 사람들은 30명 정도 된다. 자료조사 기간만 6개월이 걸렸다. 그 이후에 시나리오 초안 작업을 했다.

-왜 주인공으로 차인표를 선택했나?

가장 어울리는 배우라고 생각했다. 차인표가 탄광 노동자, 하층민으로 연결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 제 눈에는 뭔가 보였다. 차인표 씨가 살아왔던 과정들이, 그 진정성이 이 영화와 가장 맞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끈질기게 졸랐다. 함께 해줘서 고맙다.

-차인표 씨의 도시적인 외모와 좋은 몸은 탈북자와는 잘 안 어울렸을텐데

탈북자 연기를 하기에는 몸이 참 좋다. 그래서 촬영 전에 일단 운동을 중지하게 했다. 근육에 대해서는 포기하고 러닝만 하라고 했다. 아마 4kg을 뺐는데 촬영 중 더 빠졌을 것이다. '크로싱'을 찍으며 몸과 마음의 희생이 필요했다. 함께 헌팅을 갔다 사막에서 고열에 시달리며 심하게 앓기도 했다. 자기 희생이 없으면 불가능한 영화였기 때문에 차인표 씨가 결정을 하고 함께 하기로 했을 땐 연기자에게서 느낄 수 있는 감동을 다 맛봤다.

-전 세계에서 북한의 인권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크로싱'을 해외에서도 개봉할 계획을 가지고 있나?

영화는 당연히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상영될 것이다. 그리고 사실 제가 인권문제에 대해 관심 있게 살아온 사람은 아니지만 아무도 안 만드니까 만들게 됐다.

-정치적 보여질 수도 있고... 그것에 대해 하고싶은 말은

모든 게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벗어날 수도 없고. 하지만 본질 적으로 보고자 했다. 탈북자들을 만나 얘기를 해보니 그 사회가 정말 닫힌 사회라는 것을 느꼈다.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은 그것을 못 느낀다. 그래서 그 안에서 가족 생각을 하고 그 안에 저렇게 힘든 우리 핏줄이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정치적으로는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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