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인표, "80시간 열병앓고나니 먹고싶은 생각뿐...굶주림 고통 공감"

배우 차인표가 탈북자들의 실화를 토대로 한 영화 '크로싱'(감독 김태균, 제작 캠프B)으로 2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왔다.

18일 오전 서울 중구 이화여고 100주년 기념관에서 '크로싱'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크로싱'은 2002년 3월 탈북자 25명의 베이징 주재 스페인 대사관 진입사건에서 출발, 탈북민의 다양한 실화를 모태로 했다. 가족의 약과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북한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아버지와 그를 찾아 나선 열한 살 아들의 안타까운 엇갈림을 그린 작품이다.

차인표는 극중 아버지 김용수 역을 맡았다. 김용수는 극중 과거 함경도 대표 축구선수로 활약하며 나라로부터 훈장까지 받았지만 현재탄광에서 하루하루 가족의 끼니를 걱정을 하며 살아가는 북한의 평범한 아빠다.

이날 제작보고회에서는 4년 동안 비밀리에 제작된 '크로싱'의 제작 과정과 배우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한 장면들이 영상으로 공개됐다. 예고편과 제작과정을 담은 단 두 편의 영상만으로도 이 자리에 참석한 관계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차인표 역시 기자간담회에서 탈북자를 연기한 소감을 밝히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크로싱'은 5월 개봉 예정이다.

다음은 차인표와 일문일답.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김태균 감독님과 알고지낸지 14년 됐다. 처음에 시나리오를 보고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화산고', '늑대의 유혹'은 다른 배우들과 하면서 이렇게 앞이 안 보이는 영화는 나랑 하자고 할까하는 생각에 섭섭했다. 그리고 탈북자가 중국, 한국 어디에서든 환영받지 못해 영화 역시 환영받지 못할 거라는 두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거절하고 집에 돌아왔는데 인터넷을 하다가 청진 역에서 굶어 죽은 한 소년의 사진을 봤다. 제 팔목에 3분의 1도 안될 정도로 마른 소년이었다. 많은 동포들이 고통을 당하고 있는데 이들을 위해서 한 것이 무엇이 있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많이 울었다. 그래서 내가 미약하나마 이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출연을 결정 했다.

-탈북자 김용수 역을 연기한 소감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일상이, 한 가정이 가난과 폭력에 맞닥트렸을 때 어떻게 무너지는지 알 수 있었다. 용수를 연기하면서 어려운 과정 속에서 가족을, 아들을 다시 살려내려는 그의 강한 부성애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점차적으로 느껴졌다. 본인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튼 결심을 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탈북자들 역시 사람답게 살기위해 큰 결단을 내린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실제 아들은 둔 아버지로서 부성을 연기한 느낌이 남달랐을 텐데 어떤 생각이 들었나.

▲극중 아들인 준희(신명철 분)가 11살로 설정되어 있는데 친아들이 11살이다. 준희가 처해있는 여건들때문에 가슴이 아팠다. 명철이의 얼굴과 오버랩됐는데 연기에 도움이 됐는지 아닌지는 관객 여러분이 판단해 주실 것 같다.

-영화를 찍고 나서 시작할때와 달리 경험에서 얻어진 게 있다면

▲처음에는 북한에 있는 아이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으로 시작했고 촬영은 그것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그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느낄 수는 없는데 희한하게도 사막에서 열병을 앓아서 80시간을 아무것도 못 먹었다. 그렇게 굶고 나니까 정말 먹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 들더라. 선택해서 한 경험은 아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런 경험들이 용수로 빠져드는데 도움이 된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총선에 출마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냐고 묻는데 생각 없다. 이 영화가 정치적이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굶는 아이들이 불쌍해서 이 영화에 출연했도 그 아이들을 돕기위해 이 영화를 만들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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