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2회 LG배 세계기왕전] 심약(心弱)한 후퇴

〈제5보〉(69~89)="한상훈은 아직 설익었다. 입단 2년 만에 우승할 만큼 프로세계가 녹록하지 않음을 깨닫게 해주겠다."(이세돌) "승부란 실력이나 연조에 의해서만 결정되지 않는다. 실수만 안 하면 질 수 없다는 각오로 두겠다."(한상훈) 대국 전 둘의 임전소감이었다. "강한 후배를 만나 고전을 각오…"라거나, "배운다는 자세로…" 운운하는 출사표보다 얼마나 신선한가.

흑 '가'의 끊음은 아직도 '나'의 단점이 남아 있어 무리. 또 흑 '다'는 참고 1도 백 4라는 유일한 대응수단에 막혀 성립하지 않는다. 71은 69까지 와 있는 마당에 너무 심약했다는 게 중론. 72 자리로 강력하게 밀어가고 싶다. 거꾸로 백에게 72로 밀리고 보니 73이 또 불가피해졌다.

75는 '나'의 단점을 방비한 두터운 수. 이제는 백도 76의 보강이 긴요하다. 79를 게을리 하면 백 '라'의 씌움이 아프다. 83 큰 곳. 85는 백 '마'에 대비한 역끝내기로 한 수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87로 참고 2도 1이면 살 수는 있으나 10까지 흑귀가 깨지고 A의 절단도 남아 손해란 결론. 89로 불길은 다시 중원으로 옮아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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