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한 생략과 과장… '거장의 에너지'

'활 쏘는 헤라클레스'로 잘 알려진 근대 조각의 거장 에밀 앙투안 부르델(Bourdelle·1861~1929)의 대표작을 선보이는 '거장 부르델'전이 6월8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그의 스승인 로댕은 극도로 사실적인 묘사 때문에 "살아있는 모델에 석고를 입혀 떠냈다"는 논란까지 빚었다. 제자인 부르델은 과감한 생략과 과장을 통해 사실성 대신 육중한 질감과 넘치는 에너지를 보여준다. 작품 소재는 그리스 신화에서 즐겨 찾았다. "언제나 윤곽, 모든 게 집대성된 윤곽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는 부르델의 예술관을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이다.

이번 전시는 파리 몽파르나스의 부르델미술관에서 대표작을 골랐다. 75점의 조각과 데생, 수채화 등 48점이 함께 선보인다. '걸작'이란 어떤 과정을 통해 탄생하는지를 데생·습작·완성작을 순차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대표작 '활 쏘는 헤라클레스'는 다양한 포즈와 각도의 데생, 그리고 작게 만든 습작들이 나란히 전시돼 있다. 활을 당기는 팔꿈치에서 왼발을 디딘 바위 끝까지의 거리를 수치로 표시한 스케치, 신전(神殿) 안에 배치한 조각상 스케치, 좌대만 따로 그린 스케치 등이다. 또 활은 빼고 헤라클레스의 몸만 만든 습작 7점과 머리만 표현한 습작도 함께 선보인다.

또 '베토벤' 두상과 흉상 8점도 눈길을 끈다. 스승 로댕이 소설가 발자크의 다양한 모습을 형상화했다면, 부르델에게는 베토벤이 있었다. 1887년 첫 작품을 제작한 후 10여 년 간 베토벤에 몰두한 그는 베토벤 흉상 좌대에 '나는 그가 어떤 사람이고, 어떻게 살아왔고, 어떨 것인지 모두 알고 있다' 등의 글귀를 새겼다. '넥타이를 맨 베토벤' '비극적 마스크의 베토벤' '바람 속의 베토벤' 등 그의 다양한 면모를 표현한 작품들이다.

역동적인 전사들을 표현한 '위대한 전사' '검을 든 전사', 술에 취해 춤추는 여인을 담은 '포도를 든 바커스 여제관' 등에선 피부를 뚫고 튀어나올 것 같은 근육의 생동감이 꿈틀댄다. 과일을 손에 든 여인의 입상을 조각한 '과일' 등에선 시·공간을 뛰어넘는 정적이 흐른다. 또 스승인 로댕의 흉상, 소설가 아나톨 프랑스의 나체 흉상 그리고 고개를 구부정하게 숙인 본인의 자각상(自刻像), '태양의 신' 아폴론 두상 등은 한 거장의 다양한 작품 편력을 보여준다. 관람료는 성인 9000원, 청소년7000원, 어린이(7~12세) 5000원. (02)724-2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