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2회 LG배 세계기왕전] 묘기백출(妙技百出)

〈제7보〉(105~121)=한상훈이 이번 LG배를 차지했더라면 몇 가지 진기록을 수립할 뻔했다. 우선 이세돌이 갖고 있는 최저단 우승기록(三단·2002년 제15회 후지쓰배)을 경신했을 것이다. 또 박영훈이 보유한 최단기간 세계제패(4년 7개월) 기록을 무려 3년5개월이나 단축할 수 있었다. 국내 타이틀을 건너 뛰어 세계무대부터 정복한 전례도 없었다.

△가 날카로운 치중. 그렇다고 엄청난 사건이 일어나는 건 아니고 끝내기 맥점이다. 112까지 외길 진행. 백이 몇 집을 벌었다. 팽팽한 형세에선 이런 '잔돈푼'들이 결정적 역할을 할 때가 많다. 수순 중 109로 1선에 내려빠진 수가 음미할 만한 호착. 참고 1도를 보자. ▲ 덕분에 흑은 1, 3을 선수로 젖혀이을 수 있다.

▲ 대신 참고 2도 ■에 두었을 경우 흑 1은 안 된다. 백 2로 먹여쳐 7까지 패(覇). 이 형태는 결국 백 2에 흑 4로 물러서는 것으로 낙착된다. 실전과는 무려 4집 차. 또 실전은 훗날 흑이 '가'로 백 2점을 잡을 때 114 한 점이 단수가 되는데, 109가 '나'에 있으면 백 2점을 단수쳐도 114는 '무사'한 차이가 있다. 121은 9분 30초를 숙고한 이 바둑 최장고 수. (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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