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살 여감독 '가족'의 금기를 깨다

김태희 감독을 만나고 싶었던 이유는 단지 그가 스물다섯이라는 나이로 충무로에 데뷔한 '영화계의 신데렐라'라는 까닭만은 아니었다. 허울뿐인 가족이 즐비한 21세기 대한민국에서 혈연과 상관없는 '화목한 대안 가족'을 유머러스하게 그려낸 젊은 여성감독의 시선이 신선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조감독마저 여덟 살이 많아 그를 '오빠, 오빠'하며 따랐다"면서 "예전 감독님들은 몽둥이도 들고 카리스마가 대단했다는데, 저는 현장에서 애교 떨며 매달리는 수 밖에 방법이 없었다"며 여대생은커녕 여고생처럼 깔깔거렸다.

내일(27일) 개봉하는 '동거, 동락'은 2006년 쇼박스에서 주최한 '제 1회 감독의 꿈' 당선작. 원래는 2억씩 세 편의 제작비를 지원하는 신인감독 등용문이었는데, 처음 구상과 달리 김 감독의 시나리오 한 편만 뽑혔다. 주최측은 고심 끝에 6억의 순 제작비를 들여 김 감독의 프로젝트를 영화화하기로 했고 그 결과 이 독특한 가족 드라마가 탄생한 것이다. 예술종합학교에서 영화연출을 전공한 그녀는 "영화관련학과 졸업생만 한 해 수천 명이 쏟아져 나오는 현실에서, 그것도 여성 감독의 충무로 '입봉'(데뷔의 영화계 속어)은 분명 엄청난 행운"이라고 감사해했다. 하지만 "어쩌면 '독'일지도 모르는 이 제안을 '기회'로 만들기 위해 저도 부단히 노력했다"고 야무지게 말할 때는, 산전수전 다 겪은 중견처럼 다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