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2회 LG배 세계기왕전] 따로 국밥

〈제10보〉(155~167)=프로 생활 1년 만에 국내 랭킹 10위권으로 수직 비상한 한상훈의 특징은 신중함, 자신감, 그리고 단정함 등 3가지로 요약된다. 그는 자신에 대한 철저한 신뢰를 바탕으로 어떤 선배들보다도 '노련하게' 반면을 운영한다. 그리고 몸가짐에 한 치 흐트러짐이 없다. 이번 대회 8강전부터 결승까지 다섯 판 내내 한상훈은 새신랑 같은 정장(正裝) 차림으로 결전에 임해 대국장의 품격을 높였다.

그토록 신중한 한상훈이 155를 보자 노 타임으로 156에 젖혀간다. 이렇게 되면 160까지 피차 기호지세. 163, 165로 수순의 묘를 다해 탈출했지만, 일단 하변에선 누가 봐도 흑이 집으로 손해를 봤다. 중앙 대마는 '따로 국밥'으로 살면 된다는 게 백의 생각이다. 155로는 따라서 참고도 9까지 쉽게 안정하는 편이 최선이었다. 이렇게 두었더라면 상당히 미세한 형세였다는 결론.

흑에겐 중앙 백 대마에 선공(先攻)을 가하는 수순(手順)이 돌아와야 하는데 167을 생략할 수 없다는 게 뼈아프다. 바꿔 말하면 하변은 하변대로 손해를 보고 선수(先手)마저 상대에게 빼앗긴 결과. 그러나 승부의 8부 능선까지 도달한 백은 이 대목에서 중요한 수순 하나를 놓치고, 바둑도 마지막 아수라장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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