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2회 LG배 세계기왕전] 아버지와 아들

〈제13보〉(197~212)=이 바둑은 결국 260수 만에 한상훈이 불계로 이겼다. 마지막 과정을 간단히 추적해 본다. 198은 절대 팻감. 만약 흑이 참고1도 1로 패를 해소하면 6까지 백이 우변을 넘어 살아간다. 이 계가는 물론 흑이 당하지 못한다. 결국 201로 또다시 굴복할 수밖에 없었고, 그러고도 중앙이 못 살았다. 흑의 절망이다.

207은 '이판사판'의 한 수. 208로 참고2도 1로 패를 해소하면 8까지 중앙 흑이 살아간다. 208, 209를 선수 교환하고 210에 이으니 흑 대마가 패(覇)에 걸린 모습. 212는 '가'가 더 크지만 이미 승부는 부동이다. 좀 더 두어보던 이세돌, 260수 만에 돌을 거두었다. 213수 이후는 총보로 넘긴다.

검토실 한 구석에서 초조하게 모니터를 지켜보던 50대 남자가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뿜어냈다. 회사를 조퇴하고 달려온 한상훈의 부친이었다. 이들 가족은 대국장 근처 호텔에서 전날 밤 '합숙'을 했다. 검토를 마치고 나온 아들의 어깨를 아버지가 말 없이 감싸 안는 순간 운집해있던 관전객들 틈에서 박수소리가 터졌다. (200 206…?, 203 211…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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