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은·이민진 "세계를 품안에"

"3국이 똑같이 가진 기량을 다 쏟는다면 우승은 우리 것이라고 믿고 있다. 민진이가 세계대회서 특히 강해 든든하다."(박지은)

"국가대항전에선 책임감 때문인지 개인전보다 더 열심히 두게 된다. 올해도 지난해 못지않게 큰 역할을 하고 싶다."(이민진)

제6회 정관장배 세계여자바둑최강전 마무리에 나서는 한국팀 '투 톱'의 출사표다. 올해 대회 우승국은 1일 베이징 쿤룬(崑崙)호텔서 시작될 최종 3라운드에서 결정된다. 한·중·일 3개국 각 5명의 대표선수 중 한국은 박지은 九단과 이민진 五단, 중국도 탕이(唐奕) 二단과 루이나이웨이(芮乃偉) 九단 등 각 2명씩의 병력을 남기고 있다. 한·중 양국의 우승 다툼 속에 가토(加藤啓子) 五단 1명만 생존한 일본이 추격하는 모습이다.

한국의 우승 여부는 결국 박지은과 이민진의 협공으로 루이를 꺾느냐에 달렸다는 분석. 루이는 한국기원 소속이지만 국제단체전의 경우 출신국 선수로만 출전한다는 규정에 따라 3회 대회 때부터 한국기사들과 맞대결하고 있다. 이들 3명은 역대 정관장배 때마다 마지막 고비에서 결정적 역할을 해냈던 주역들이다.

우선 루이(45)는 1회, 박지은(25)은 2회 때 이 대회를 제패했다. 개인전으로 치러졌던 초기 2년간 대회 패권을 나눠 가진 것. 2004년 2회 대회 준결승서 박지은은 당시 무적의 여제(女帝)로 군림하던 루이를 준결승서 제치고 우승까지 내달렸다. 하지만 국제 단체전으로 바뀐 3회(2005년)부터는 중국이 강세를 보였다. 3회 대회 때는 루이가, 4회 때는 중도 탈락한 루이를 대신한 다크호스 예꾸이(葉桂)가 각각 박지은을 최종국서 꺾고 2연패했다.

지난해 5회 대회는 이민진(24)의 스타 탄생을 위한 무대였다. 4번 주자로 나간 박지은이 1승도 못 올린 채 탈락하면서 한국의 우승도 물 건너간 듯했다. 그러나 바통을 이어받은 최종 주자 이민진은 일본 3명, 중국 2명의 기사를 연파하며 역전 우승을 이끌어냈다. 2005년 제6회 농심배 때 이창호가 연출했던 5연승 역전 우승 신화의 완벽한 재판이었다.

3라운드는 지난 3월 끝난 2라운드 최종국의 승자 탕이와 한국 팀 4번 주자 간의 대결로 시작된다. 올해는 이민진이 4번으로 출전할 전망. 이민진은 중국 팀 주장 루이와 통산 2승 2패의 호각세를 유지하고 있고, 일본의 마지막 보루 가토에게도 1승을 기록 중이다. 탕이만 제친다면 3연승으로 또다시 '완벽 세이브'를 기대해 볼 수도 있다는 얘기. 탕이는 그러나 현재 2연승의 호조여서 만만치 않은 저항이 예상된다.

박지은은 가토에 1승, 탕이와는 첫 대면이고 루이에겐 8승 14패로 뒤져 있다. 패배의 대부분은 루이의 전성기 때 기록한 것. 하지만 박지은은 현재 대리배와 원양배 등을 거머쥔 현역 국제 2관왕이다. 루이와의 마지막 대결이었던 원양배 결승서 2대1로 역전승했고 국내 첫 '토종 입신(入神)'에도 올랐다. 이런 기세 때문에 바둑계는 박지은이 내리막길의 루이를 만나더라도 승산이 높다는 희망적 진단을 내려놓고 있다.

한국이 이번 대회서 우승한다면 정관장배 우승 횟수에서 중국과 타이를 이루며 최강국 진입의 초석을 놓게 된다. 때마침 한국의 전매특허였던 농심배가 중국으로 넘어간 상황이라 우리 낭자군에 걸린 기대는 더욱 크다. 단체 우승상금 7500만원이 걸려 있으며 1인당 1시간, 40초 초읽기 3회의 준속기 방식으로 진행된다. 덤은 6집 반.


박지은, 이민진 잡고 첫 여류국수  

박지은 九단이 생애 처음으로 여류국수에 올랐다. 28일 한국기원서 끝난 제13기 여류국수전 결승 3번기 최종 3국서 박지은은 백을 들고 이민진 五단에게 272수 만에 3집 반 차로 이겼다. 1국을 내준 뒤 역전 우승이다. 이 대국은 둘이 함께 제6회 정관장배 한국 팀 선수로 출전하기 직전에 이루어져 결과가 주목됐었다.

이번 우승으로 박 九단은 세계제패 3회를 포함 총 5번째 타이틀을 목에 걸게 됐다. 2000년 제1기 여류명인전 이후 8년 만의 국내 타이틀이다. 상대전적도 박지은이 4승 3패로 앞섰다. 우승 상금 1100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