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2회 LG배 세계기왕전] 다윗의 선승(先勝)

〈총보〉(1~260)=승부란 이래서 짜릿하다. 프로생활 만 1년도 안 된 초년병이 현역 세계 2관왕을 잡은 것이다. 경력과 권위에 의해 서열이 정해지는 다른 세계에선 꿈이나 꿀 수 있는 일인가. 파천황(破天荒)의 주인공 한상훈은 국후 자신감 가득한 어조로 말했다. "오늘 이겼으니 이틀 후 2국도 이길 수 있습니다."

이세돌은 대국 전 "부담감은 없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바둑 내용은 그의 장담과는 다르게 흘러갔다.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경신술은 실종되고 굳은 행마가 도처에 출현했다. 특히 177 같은 수는 이세돌이 두었다곤 도저히 믿기 힘든 경직된 일착이었다. 물론 쌍방 급소인 72를 차지한 뒤 근소 차 리드를 끝까지 지켜나간 한상훈의 기량도 칭찬 받을 만했다.

참고도 하나를 추가로 올린다. 실전 184, 186을 손 뺄 경우 어떤 수단이 있느냐 하는 것. 11까지 진행된 후 백이 6 자리에 따내 패(覇)가 발생한다. 어떻든 이로써 '세기의 신구(新舊) 대결'은 진짜 볼 만하게 됐다. (115…24, 179 197 203 211 221 243 248…173, 182 200 206 218 240 246…176, 189…116, 241…76, 253 259…249, 256…250, 260수 끝 백 불계승, 소비시간 백 2시간 52분, 흑 2시간 24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