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LG배 세계기왕전] 흑, 비상(非常)

〈제3보〉(31~48)=왜 백을 그토록 선호하지? 한상훈의 답변은 "포석이 약해서"였다. 사실 흑번은 포석 때부터 판을 주도해야 하는 반면, 백을 쥐면 맞보기와 받아치기로 쫓아만 가면 된다. 흑번을 좋아하는 기사는 리더형, 그 반대는 참모형쯤 되는 셈. 1국서 백으로 쾌승했던 한상훈의 흑번이 주목됐는데, 과연 ▲와 ■의 중복으로 초반은 불만스럽다.

31도 역주행(逆走行) 행마. 기리(棋理)대로 참고1도 1에 뛰고 백 2 때 A와 B를 맞보는 게 순리였다. 37은 참고2도 11까지가 보통. 어쩌면 38의 끼움을 유도했다는 느낌도 든다. 미리 연구가 돼 있었던 모양이다. 41로는 참고3도 1 이하로 처리할 곳. 11까지 외길진행은 흑의 두터움이 백의 실리보다 훨씬 좋다(백 2를 생략하면 흑 2로 곤란해진다).

47은 손을 빼도 살지만, 이 자리를 역끝내기 당하면 무려 10집이 날아간다. 선수를 잡은 백이 48로 선공하자 중앙 세력이 전국을 압도하면서 주도권이 완전히 백에 넘어가버렸다. 때 이른 흑의 고전. 한상훈 캠프에 비상이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