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LG배 세계기왕전] 멧돼지와 함정

〈제4보〉(49~62)=3번기의 제2국만큼 긴박한 바둑도 없을 것이다. 따라잡느냐, 여기서 끝내느냐가 이 한판에 걸렸다. 그래서인지 두 대국자는 1국 때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초반 장고를 주고받았다. 오전에 놓인 수가 총 60수로 1국(115수) 때의 절반 정도.

52로 끊는 데 다시 9분을 썼다. 당연한 절단에도 신중을 거듭하는 모습이 평소 이세돌과는 좀 다르다. 53은 참고 1도 1을 먼저 둘 곳. 이건 귀의 실리가 크다. 만약 참고 2도 백 2로 버티면 9 이후 A와 B가 맞보기다. 흑은 참고 3도도 괜찮다고 봤던 건데 후수여서 별게 없다.

57의 절단이 한상훈의 노림. 하지만 여기서 이세돌의 타개솜씨가 빛을 발한다. 58 쪽에서 한 번, 다시 60 쪽에서 한 번 몰고 나서 점심시간. 오후 첫 점인 61이 어쩔 수 없을 때, 백은 가차없이 62로 끼워갔다. 묘수 책에서 누구나 한번쯤은 봤음직한 맥점이다. 마치 멧돼지 한 마리를 이쪽저쪽으로 몰아쳐 미리 파놓은 함정에 빠뜨리는 모습. 흑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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