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LG배 세계기왕전] 과다 출혈

〈제5보〉(63~86)=이세돌은 작년 11월 이후 6개월 연속 톱 랭커로 군림 중이다. 2005년 8월 랭킹제 도입 이후 '최다 1위' 기사는 그러나 이창호다. 33개월 동안 이세돌은 13회 톱에 올라 이창호(19회)에 아직 뒤져있다. 나머지 1회는 최철한(2006년 1월). 최장기간 1위 기록 보유자도 12개월 연속(2006년 2월~2007년 1월) 1위를 지켰던 이창호였다. 이세돌이 앞으로 이런 부문에서도 이창호를 추월할 수 있을지 두고 볼 일.

흑은 고심 끝에 63으로 몰고 65에 이어 오른쪽 두 점을 버렸다. 63으로 참고 1도 1 따위는 백 2로 잡혀 이후 어떻게 두어도 괴롭다. 67로 중앙 수습에 나섰지만 이미 출혈이 만만치 않다. 좌하귀 백을 추궁해 뭔가 엮어내야만 할 처지가 됐다.

73으로 백을 봉쇄할 수단이 없다는 게 비극. 그렇다고 참고 2도 1 이하 진행은 백이 선수로 산다. 73이란 뒷맛 나쁜 수가 동원된 것도 그런 이유. 하지만 이런 대목은 이세돌의 전공과목에 속한다. 78, 80 수순의 묘를 거쳐 85까지 안형(眼形)을 만든 뒤 86으로 연결, 역습 채비를 갖췄다. 흑으로선 갈수록 죽을 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