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LG배 세계기왕전] 악전고투(惡戰苦鬪)

〈제6보〉(87~109)=김원 七단이 1국에 이어 이날도 일찍 나와 바둑을 검토하고 있다. 국내 대표적 조련사 중 1명인 그는 한상훈을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10년간 가르친 스승이기도 하다. 얼마 전부터 이세돌 도장에도 나가지만, 이세돌 응원하러 온 것 같지는 않다. "다른 누구보다 침착하다." "재능은…잘 모르겠다(웃음)." "흑을 잡으면 흥분하는 경향이 있는데 오늘도 그렇네요." 이날 김 七단이 들려준 한상훈 관련 촌평이다.

87을 본 백은 88, 90으로 상대 단점을 이리저리 찔러 간다. 완전히 칼자루를 바꿔 잡은 형국. 92에도 흑은 95까지 달아날 수밖에 없다. 이쯤 해서 백이 106자리 후수로 살아가 준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때는 흑도 상변을 깨러 가 그럭저럭 판이 어울릴 테니 말이다.

하지만 백은 96, 98의 통렬한 맥점으로 중앙을 도배(?)한 뒤 유유히 106으로 두 눈을 낸다. 107은 새끼줄로 호랑이를 묶으려는 느낌이지만, 중원이 모두 백집이 되면 어차피 지므로 끊고 본 것. 109로 참고도 1, 3이면 연결은 되는데 A, B, C 등이 모두 백의 선수여서 ▲가 무력화한다. 흑의 악전고투. 백은 어디에 결정타를 꽂아 넣을까. (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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