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보윤 기자의 시네마 핫!] 살과의 전쟁… 여배우들은 운다

이국적 외모에 무공해 자연 미인으로 이름을 날린 탤런트 신애. 2001년 데뷔하면서 화장품 CF부터 차지했던 그녀가 2년간의 공백 이후 TV에 등장했다. 영화 '은장도'와 '보리울의 여름', 드라마 '네 자매 이야기'와 '장미의 전쟁' 등 활동을 꾸준히 했지만 2006년 이후 화면에서 만나기 힘들었기에 '돌아온 스타'가 어떤 이야기를 풀어놓을지 관심이었다.

그녀가 최근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눈물을 글썽였다. '몸'에 대한 비난 때문이었다. '너 때문에 신은 공평하다는 걸 느꼈다. 살쪄서' 같은 인터넷 악플을 견디기 힘들었다며 그녀는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그녀는 미모의 여배우들이 으레 겪는 연기력 논란보다도 몸에 대한 비난부터 참아내는 법을 배워야 했다.

10일 막을 연 여성 영화제에서도 몸이 화제다. 다이어트와 성폭력, 난자 채취 등 수동적인 도구화에 상처 받고 시달려야 했던 여성들이 이제 주체적으로 자신의 몸을 목적화한다는 것이다. 스스로를 단련해 남성 못지않은 힘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건 기본. 생산 능력(가임·可妊)을 부여 받은 여성들이 자신의 의지대로 능력을 조절하고 세계를 지배할 수도 있다는 시각까지 담겨있다.

하지만 쟁취하는 여성의 모습은 아직은 스크린 속에서 SF(공상과학)로 구현되는 스토리 같다. 현실 속 여배우들의 몸은 쏟아지는 다이어트 약과 극도로 절제된 식단의 실험 대상 같기 때문이다. 그녀들에게 살이라도 붙으면 네티즌들은 '프로정신 결여'라고 비난의 화살을 퍼붓는다. 허벅지에 드러난 셀룰라이트(피부 표면에 드러난 지방세포 덩어리)를 집중적으로 찍어대기도 한다.

말랐다고 맘이 편한 것도 아니다. 현재 미국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영화 '21'의 주인공 케이트 보스워스가 대표적이다. 그녀를 비롯한 몇몇 여자 스타들이 갑자기 몸무게가 빠지자 '거식증', '마약 흡입 의혹' 등 각종 진단을 쏟아내며 공격하기 시작했다. 극도의 마른 몸매가 가십거리가 된다는 걸 알고, 일부러 살을 빼 성공의 계단으로 이용한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할리우드 액세스' 같은 미국 연예전문 TV 프로그램에선 여배우 몸무게가 10㎏ 이상 빠지면 타블로이드 지면에 10배 이상 더 게재된다며 비웃기도 했다. 보스워스는 최근 영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살 빠졌냐 살 쪘냐 이런 얘기들, 넌더리가 난다. 나도 살찌고 싶다"고 토로했다.

지금 우리 몸에서 일어나고 있는 진짜 전쟁은 무얼까. 남들의 시선에 사로잡혀 몸무게가 고무줄같이 수축과 팽창을 거듭하는 실험 도구가 된 것은 아닐까.

어차피 살쪄서 비난 받고 빠져도 욕먹는 세상이다. 객관적이고 절대적인 기준이란 존재하지도 않는다. 전쟁은 외부에서 걸어오는 것. 이젠 그런 전쟁 따위를 '자기 것'으로 생각하지 않도록 정신수양을 하라고 권하고 싶다. 남녀 불문하고 몸짓으로 먹고사는 배우들이 '몸'이란 자산을 제대로 지키기 위해서도, 세상의 잣대와 거리 두기가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