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LG배 세계기왕전] 마지막 묘수(妙手)풀이

〈제8보〉(128~142)=초반 설계 때 흑번(黑番)은 판을 주도하고, 백번(白番)은 받아치며 '덤' 이내에서 간격을 유지해 간다. 한상훈은 백번 편식(偏食)의 기풍임을 이번 LG배에서 확연히 드러냈다. 하지만 흑번 승률이 낮아선 경쟁자들에게 주는 압박감이 없어 초1류 진입이 힘들어진다. 이창호는 전성시절 8할 대에 달하는 흑번 승률로 한 시대를 풍미했었다. 지나친 흑백 불균형에서 벗어나는 것이 한상훈에 부과된 숙제다.

패(覇) 형태는 만들었지만 흑의 변변한 팻감이라곤 오직 '가' 하나뿐이다. 그래도 또다시 135의 패로 받았다. 그만큼 흑이 절박한 국면. 137로 참고도 1이면 우하귀를 7까지 정리한 뒤 중앙 흑을 사로잡아 바둑을 끝내겠다는 게 이세돌의 속셈이다. 그건 곤란하다며 흑도 137로 버티고 나섰다.

여기서부터 이 바둑 최후의 구경거리가 등장하면서 재미있는 변화도 속출한다. 백은 138로 결단을 내렸고 그러면 142까지는 서로 기세의 격돌. 자, 이 장면이 문제다. 흑은 백 2점의 도강(渡江)도 막으며 두 눈을 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아 보인다. 한상훈이 준비해 놓은 비수(秘手)는? (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