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팀 티브로드 '반상의 반란'

"이건 기적입니다. 기적이 일어났어요." 티브로드 서봉수 감독이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첫날 0대2에서 둘째 날 3대2의 뒤집기 승리. 창단 첫해의 햇병아리가 전년도 우승팀을 상대로 이처럼 짜릿한 역전극을 펼치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더구나 팀 에이스 조한승이 후지쓰배 출전 관계로 빠진 상황이었다. 티브로드가 영남일보를 3대2로 잡으면서 KB국민은행 2008한국바둑리그는 첫 주부터 '기적'으로 출발했다.

첫날(12일) 영남일보 김지석과 허영호가 티브로드 이춘규 안조영을 완파했다. 2일째(13일) 첫 판은 김승준(티브로드) 대 윤준상(영남일보). 모두들 영남일보의 3대0 승리를 점쳤다. 35세의 김승준이 국수를 지낸 윤준상(21)을 이기기 힘들다고 본 것. 하지만 바둑은 흑을 쥔 김 九단 회심의 명국으로 끝났다. 서봉수 감독은 "영패로 끝나지 않아 다행"이라며 멋쩍게 웃었다.

그러나 이때부터 진짜 '기적'이 시작됐다. 티브로드 최명훈과 이원도가 영남일보 강유택, 김형우를 상대로 예측불허의 싸움을 펼쳐나간 것. 입단한 지 만 1년도 안 되는 이원도가 김형우의 대마를 잡고 흑 불계승했다. 2대2. 최종 승패의 열쇠는 1인당 90분짜리 '장고바둑'으로 넘어갔다. 최명훈(33)은 중앙 백 세력권에 뛰어든 흑 대마를 집요하게 추궁하더니 기어이 항서를 받아냈다. 검토실 티브로드 진영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밤 11시 가까운 심야였다.

이에 앞서 벌어진 대회 개막전에선 울산디아채가 이상훈(33)의 선제점을 신호탄으로 강동윤과 백홍석이 승점을 추가, 뒤늦게 추격한 Kixx를 3대2로 따돌리고 가장 먼저 1승을 챙겼다. 송태곤을 꺾은 이상훈과 최명훈 김승준(이상 티브로드) 등 3명은 첫 주부터 '30대의 힘'을 유감없이 보여준 셈.

울산디아채로선 강동윤이 Kixx 주장 이창호와 맞선 2국 승리도 컸다. 막판 노림수가 적중하면서 지난해 2연승 포함 이창호와의 바둑리그 연승 수를 3으로 늘렸다. 강동윤은 이날 승리로 작년 이후 바둑리그서 12연승 가도를 달리고 있다. Kixx는 초반 3연패 후 박정상 조훈현이 각각 최원용 김기용을 눌러 뒤늦은 추격에 나섰으나 이미 버스는 떠난 뒤였다. 바둑리그는 17일부터 신성건설 대 한게임, 월드메르디앙 대 제일화재의 2주차 경기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