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혜진, '흑심모녀'서 20년 베테랑 웃음보따리 풀어

86년에 데뷔했으니, 벌써 20여 년이다. 강산이 변하고도 남았을 이 기간을 배우로 살아가는 일은 절대 쉽지 않았을 터. 　심혜진은 마침표와 쉼표가 명확하다. 쉴 때는 자기 자신을 확 풀어놓는다. 그러나 카메라 앞에 서게 되면 긴장감으로 중무장한다. 사정없이 몰아치고, 끝없이 욕심을 낸다.

◇ 영화 '흑심모녀'로 관객들과 만나는 심혜진. 　<최문영 기자 scblog.chosun.com/deer4u>

다이어트도 마찬가지다. 새 모이 만큼 먹는 다른 연기자들과는 다르다. 충분히 음식 맛을 즐기고, 수다도 떤다. 어느 순간이 되면 눈 딱 감고 몸매 관리 작전에 들어간다.

그의 여유로운 연기 호흡이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빛을 낸다. 다음 달 말 개봉을 준비하는 영화 '흑심모녀'(감독 조남희)가 그 무대다.

'흑심모녀'는 치매인 할머니 김수미, 터프한 엄마 심혜진, 철부지 딸 이다희 신예 이상우가 만드는 좌충우돌 로맨스가 기둥 줄거리다. 생활에 지쳐 서로에 관심을 잃어가던 세 모녀가 정을 회복해가는 과정을 따뜻하게 그렸다. 코믹 판타지답게, 비현실적인 듯 하면서도 사실적인 웃음이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그가 맡은 역은 극중 과일 장사로 생계를 이어가면서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아줌마 박남희다. 동네 아줌마들과 삿대질을 하면서 말싸움도 할 줄 안다. 치매인 엄마를 구박하기도 한다.

그러나 심혜진이 누구인가. 스크린이나 안방극장에서 그녀가 맡은 인물들은 다들 약간은 독특하면서도 사랑스럽다. 그것이 흡혈귀('안녕, 프란체스카')든, 억척 아줌마든…. 이번에도 감독의 주문에 그녀의 색깔이 더해져, 심혜진만의 '아줌마표' 캐릭터가 완성됐다. "낙천적이에요. 그런 성격이 자연스럽게 연기할 때 묻어나오는 것 같아요."

지난해 웨딩마치를 울린 심혜진은 아직도 깨소금 볶는 소리에 아침 눈을 뜨는 결혼 1년차다. 든든한 지원군을 얻은 셈. 첫번째 연기 카운슬러이기도 한 남편 한상구씨의 응원에 매일매일 온몸엔 에너지가 돈다.

그러나 신혼의 달콤함에 푹 빠져있기엔 부르는 데가 너무 많다.

일단 이달 말 홍콩행 비행기를 탈 계획. '에덴의 동쪽'(MBC) 촬영을 위해서다. 극 중 홍콩의 카지노 집안과 결혼한 뒤 우여곡절 끝에 로비스트로 변신하는 인물을 맡아 또 다른 매력을 과시한다.

'흑심모녀'가 5월 말 개봉되는 데 이어, '에덴의 동쪽'은 6월 전파를 탄다. 충무로와 여의도를 오가면서 또 한 번 본격 인기몰이를 하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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