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코미디의 진화 '나의 특별한 사랑이야기'

확실히, 아마도. (Definitely, Maybe)

번역된 제목은 그다지 특별할 것 같지 않은 시시껄렁한 로맨틱 코미디 냄새를 풍기지만, 보고 나면 '이거 괜찮은데?'라는 예상외의 수확을 얻을 수 있는 영화가 있다.

'나의 특별한 사랑이야기'는 기존 로맨틱 코미디의 빤한 공식을 따르기 보다는, 새로운 구성과 스토리 전개로 관객의 흥미를 배가시킨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 영화를 '특별'하게 할까.

누구에게나 언젠가, 언제든 사랑은 찾아온다.

대부분의 매체에서는 평생 단 한 번 찾아오는 운명적 사랑으로 이를 포장하는 경향이 있다. 이전에 누구와 사귀었든 약혼자가 있었든지간에, 여주인공과 남주인공이 사랑에 눈뜨는 그 시점부터 절대절명의 거부할 수 없는 사랑이 시작된다. 부모님의 반대가 있든 중간에 잠시 다툼이 있든 결국 둘의 사랑은 영원히 지속되는 익숙한 시나리오.

영화는 처음부터 기존 영화의 이러한 패턴에서 완전히 벗어난다.

마야는 학교에서 성교육을 받은 후 뜬금없이 아빠의 과거가 궁금하다. 어떤 여자를 만나서 사랑했는지, 엄마와는 어떻게 만난건지. 현재 이혼소송 중인 윌(라이언 레이놀즈)은 자신이 만난 세 명의 여자와의 러브스토리를 차례차례 설명해주고, 이름은 가명으로 처리해 셋 중 엄마는 누구인지 마야에게 맞추도록 한다. 윌은 캠퍼스 커플로, 사회 생활 중 업무차, 오랫동안 친구로 만난 세 명의 그녀들을 사랑한 경력이 있다. 만나게 된 동기도, 매력도 각기 다른 그녀들과의 에피소드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연결되면서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과연 마야의 엄마는 누구고, 윌이 지금도 잊지 못하는 그녀는 누구일지....

이 영화의 묘미는 '진짜' 사랑을 찾는 게 아니고 '현재'까지 진행 중인 사랑을 찾는 데 있다. 비록 흘러간 과거가 되었을지언정 윌은 진심으로 그녀들을 사랑했고, 그 만남과 이별의 과정이 고스란히 영화에 담겨져 있다. 감독은 현실적으로 납득가능한 감정의 추이를 섬세하게 그려내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여기에 보면 볼수록 '훈남'인 라이언 레이놀즈의 매력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어 여심을 자극한다.

클린턴의 섹스 스캔들 같이 시대를 풍미한 사건과 너바나의 음악 등으로 과거 사회상을 재치있게 그려낸 점도 인상적이다. 익숙한 멜로디와 유명한 사건이 잠깐 잠깐 등장하는 기법은 마치 '포레스트 검프'처럼 그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에게 잔잔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러브 액추얼리', '노팅 힐' 등을 제작해 로맨스 명가로 불리는 워킹타이틀의 2008년 야심작으로 손색이 없는 탄탄한 작품. 가볍고 유쾌하게 즐길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의 기본 성분을 유지하면서 어떻게 하면 좀 더 재밌고, 흥미진진한 영화를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나의 특별한 사랑이야기'에 담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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