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LG배 세계기왕전] 샅바싸움

〈제1보〉(1~13)=정상(頂上)까지 오른다는 건 역시 쉬운 일이 아닌 모양이다. 한상훈이 첫 판을 이겼을 때만 해도 우승이 거의 결정된 것으로 보였는데, 이세돌이 2국을 K.O로 설욕하고 나니까 분위기가 단숨에 반전됐다. 이런 흐름이면 커리어가 승부를 결정하게 마련이란 것. 다만 돌을 새로 가려 그토록 소원하던(?) 백을 차지한 게 한상훈으로선 다행이다. 검토실도 일찍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이세돌의 소목 포진에 한상훈은 이번에도 1국 때처럼 양 화점을 들고나온다. 7로는 얼마 전까지 '가'의 미니 중국식이 대 유행을 탔지만 최근엔 이렇게 많이 둔다. 8 이하 11까지의 수순이 진행될 때만 해도 참고 1도 정석이 이뤄지는 것으로들 봤다. 이렇게 두었다고 해서 물론 하나도 이상할 게 없다. 그러나 백돌이 놓인 곳은 12.

이 수의 뜻은 다음 흑이 참고 2도 1을 강요한 뒤 4까지의 정석 수순을 밟겠다는 의미다. 백 ?가 없는 상황에서 4까지 정석 처리할 경우 흑이 1 아닌 A로 육박해 오는 것이 싫다는 것. 하지만 그걸 알면서 '나'로 고분고분 받아줄 이세돌이 아니다. 13으로 우지끈 끊어 초반부터 주도권 장악을 위한 샅바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