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벌써 마흔 셋… 액션 연기 언제까지 가능할까"

"난 나 자신을 사랑합니다."

키아누 리브스(Reeves)가 미소 짓는다. 17일 개봉한 영화 '스트리트 킹'을 위해 일부러 10㎏ 가까이 몸무게를 늘렸다더니 정작 인터뷰 장소에는 살이 쏙 빠진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와 넓은 회의실에서 마주하고 앉았다. 기자와 배우가 앉도록 지정해놓은 자리를 피해, "얼굴을 마주하는 게 예의일 것 같다"며 일부러 기자 맞은 편에 앉는다.

깊은 눈매와 매끈한 피부, 섹시한 미소는 그의 나이를 잠시 잊게 했다. 마냥 20대로 보이는 그에게서 '나이듦'의 증거를 찾아보기는 어려울 줄 알았는데, 그도 늙는가 보다. 50㎝나 될까. 가까운 거리에서 보니 세밀한 눈가 주름과 군데군데 흰머리가 눈에 띄었다.

'스피드' '매트릭스' '콘스탄틴' 등 강하고 터프한 모습을 주로 보여준 그가 이번에도 열혈 형사를 맡았다. 그런데도 그는 "액션 영화가 아니라 드라마"라고 강조했다. "예전과 달라요. 갈등과 배신, 부패와 탐욕…. 인간의 악한 본성을 담아 사람에 대해 성찰해보게 합니다."

영화 속에서 그는 강인한 척 하면서도 마음 속으로는 믿고 기댈 누군가를 갈망한다. "현실에 배우로서 역할 모델이 있는가"라고 묻자, 그는 자못 심각한 표정을 짓더니 짧고 강렬하게 "없다(No)"고 했다. "역할 모델이란 건 좋은 얘기긴 하지만, 꼭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사는 기분이 들 것 같아요. 난 나 스스로를 믿고 사랑합니다. 대신 멘토(mentor·정신적 조언자)는 있죠. 로렌스 피시번('매트릭스'의 모피어스 역)에게 가끔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합니다." 새 영화 속에서 문제가 생길 때마다 팀장 완더(포레스트 휘태커)에게 의지하는 모습이 겹쳐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