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을 둘러싼 시칠리아의 소동극

영화 감독 프랑코 엘리카는 딸의 결혼을 눈앞에 두고도 기분이 좋지 않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와 결혼하겠다는 걸 막으려고 애써보지만 생각처럼 잘 되지 않는다. 다소 저급한 통속 예술을 추구하는 그의 작품도 점점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진다. 머리를 식히러 시칠리아의 작은 마을로 간 엘리카는 그곳에서 페르디난도 그라비아라는 왕자를 알게 된다. 그라비아 왕자는 막무가내로 엘리카에게 자기 딸의 결혼식을 촬영해 달라고 한다. 그라비아의 딸을 본 엘리카는 그녀의 미모에 한눈에 반하게 된다.

한편 엘리카는 동료 스맘마 감독이 그 섬에 숨어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다. 분명 얼마 전 자동차 사고로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평생 제대로 된 영화 감독으로 인정받지 못했던 스맘마는 가짜 죽음으로 자신의 명예를 살려보려 한 것이다.

결혼 소동극을 재치있게 그린 영화 '웨딩 디렉터'의 감독 마르코 벨로치오(Bellocchio·69)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와 함께 1960년대 이탈리아 영화계의 희망으로 꼽혔다. 이 영화에선 네오리얼리즘적 전통에 바탕을 두고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작품 세계를 마음껏 드러냈다. 일흔을 바라보지만 여전히 카메라를 놓지 않고 있다. 원제 Il Regista di Matrimoni. 2006년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