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LG배 세계기왕전] 밑지는 장사

〈제4보〉(50~72)=프로바둑은 착점 템포만 지켜봐도 흥미롭다. 일방적 장고(長考)는 드물고 상대 속도에 따라 조절한다. 한쪽이 빨리 두면 다른 한쪽도 덩달아 서두는 것은 기세에서 눌리기 싫기 때문이다. 한동안 속도경쟁을 펼치던 두 사람, 50부터 약속이나 한 듯 손길이 뜸해졌다. 그만큼 어려운 대목에 왔다는 증거.

50으론 한 칸 위 60에 두고 흑 '가', 백 '나', 흑 '다' 정도가 온건했다는 중평. 아니나다를까 흑도 51이란 최강수를 들고 나온다. 백이 잠시 손을 돌려 52로 이은 것은 이 곳이 끊겨선 우상귀 흑에 대한 공격이 안 된다고 본 것. 56에 59로 끊어 기어이 '피를 볼' 모양이다.

58로 70의 선공은 어떨까. 참고 1도 4까지 교환이 예상되는데, 이후 백 A로도 좌상귀 흑을 잡을 수 없어 '밑지는 장사'란 결론. 60으로 70은 흑 '라'가 얄밉다. 68이 다시 선택의 갈림길. 참고 2도면 흑을 잡지만 외곽이 철벽으로 싸발려 못 당한다(4…△). 결국 70까지 사석 처리 후 72로 끊어 끝없는 전투가 계속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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