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개껍질로 그린 먼나라 풍경… 한풍렬 개인전

서양화가 한풍렬(66)씨는 서울 구기동 자택 마당에 조개껍질 더미를 쌓아놓고 산다. 풀과 바위에서 도료를 구해 썼던 옛 화공들처럼 조개 껍질을 4~5년간 말렸다가 절구에 곱게 빻아서 물감 재료를 만들어 쓴다.

경희대 교수를 지낸 한씨의 미술관에는 시류(時流)와 역행하는 부분이 있다. 평단은 추상화, 개념미술, 설치미술 등에 주목하지만 한씨는 "무슨 말씀! 예나 지금이나 그림은 그저 예쁘고, 멋있고, 갖고 싶고, 격조 있는 작품이 최고"라고 주장한다.

그가 23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서울 소격동 빛 갤러리에서 그림 30여 점을 건다. 이탈리아 베니스와 피렌체, 독일 라인 강변 등 풍광 빼어난 외국 명소를 그린 풍경화, 수묵화를 연상시키는 추상화 등이다. 조개 껍질을 곱게 빻아서 만든 도료 덕분에 먼 나라의 땅을 그린 그림에서 우리의 고풍스런 정취가 물씬 풍긴다. (02)720-2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