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週) 3일 헬스… 대국 피로감 사라져"

퀴즈. 요즘 가장 잘나가고 있는 프로 기사는 누구일까. 정답은 이창호(33) 九단이다. 최근 벌어진 춘란배와 후지쓰배 8강 대열에 모두 '생존'한 한국기사는 그가 유일하다. 21일 현재 18승 2패로 다승 1위이고, 승률(90.0%) 부문도 '규정 타석'을 감안하면 역시 1위다. 작년 한해 겪었던 최악의 위기를 헤치고 제자리로 복귀 중인 '황제'를 만나봤다.

―최근 성적이 눈부시다. 특별한 비결이라도 있는가.

"운동을 열심히 하다 보니 컨디션이 많이 회복됐다. 헬스클럽에 1주 3번 정도, 총 4~5시간 가량 땀을 뺀다. 작년엔 조금만 힘들어도 얼굴에 열이 오르면서 피로를 느꼈는데 그런 증상이 거의 사라졌다. 대신 테니스는 중단상태다."

―지난해 중환배 우승으로 세계대회 사이클링 히트(전 기전 1회 이상 우승)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국내 사이클링 히트를 눈앞에 두고 있다. 물가정보배 우승만 추가하면 국내외 전 기전 정복이 이뤄지는데.

"관계자들을 통해 최근에 알았다. 몰랐다면 대충 지나갈 수도 있었겠지만 알았으니 꼭 우승해야겠다. 국제대회도 줄줄이 이어지는데 그 중 한두 개는 우승하고 싶다. 이달 말 시작되는 잉씨배가 워낙 대규모(우승 상금 40만달러)여서 특히 욕심이 난다."

―현재로선 이세돌 九단에 비해 랭킹도, 타이틀 수에서도 뒤져 있다. 다시 뒤집을 수 있을까.

"세돌 사범과 대국하면 한편으론 재미도 있고 한편으론 겁도 난다. 랭킹이나 타이틀 수 경쟁보다는 맞대결이 벌어질 때 꼭 혼내주겠다는 각오다. 내가 좀 더 성적을 내야 자주 만날 수 있을 텐데…."

―연초 공식 석상에서 '올해는 이세돌 사범을 겁나게 하겠다'고 한 말이 화제가 됐었다. 구체적 응징방안(?)이 선 것인지.

"이 사범은 전투능력이 뛰어난데다 요즘엔 침착하고 유연해져 어린 시절보다 한 단계 더 올라섰다. 특별히 세력바둑으로 임한다든가, 집으로 간다든가 하는 식의 전략은 없다. 틀에 얽매이다가 보면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임기응변으로 맞설 생각이다."

―과거에 비한다면 요즘 이 九단의 대국 수가 많이 줄었다. 이제는 그간 불참했던 기성전 천원전 맥심배 등에도 출전해 타이틀 영토를 넓힐 생각은 없나.

"올해 성적에 따라 전체 판 수의 윤곽이 나오는 걸 봐서 결정할 생각이다. 대국 수에 여유가 생기면 그때 가서 선별 출전을 검토해 보겠다. 과거 입장에서 바뀐 게 없다."

―국내 주요 타이틀전이 스폰서 문제로 일시 중단되는 등 요즘 바둑계가 뒤숭숭하다. 대국료 제의 상금제 전환 등 몇 가지 대안이 나오고 있는 걸 알고 있는지.

"바둑의 인기가 조금씩 떨어져가고 있음을 나도 체감하고 있다. 걱정된다. 상금제는 좋은 방안이지만 선배 기사들의 생계, 보급 방식 등 연구돼야 할 부분도 많은 것 같다. 앞으로 바둑의 인기 회복책에 대해 나도 깊이 생각해 보겠다."

―결혼 이야기는 여전히 노 코멘트?

"가끔 소개를 받아 만나다가 중단되고… 하는 식이다. 현재로선 구체적 계획이 없다. 결정되면 기자회견을 통해 알려드릴게요(웃음)."

―여가시간엔 무얼 하는지. 올해 다른 소망이 있다면?

"한국바둑리그에서 팀 주장을 몇 년째 맡았지만 한 번도 우승으로 이끌지 못했다. 나 자신 아쉽고 (팀원들에게) 미안하기도 했는데 올해는 그 징크스를 반드시 깨고 싶다. 요즘엔 '상실수업'이란 책을 읽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