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가루지기' 봉태규 "나는 21세기 변강쇠"

21세기 변강쇠란다. 그런데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피식' 웃음소리도 나온다. '음양이 조화로운 5월, 어른들을 흥분시킬' 영화 '가루지기'의 주인공이 봉태규라니…. '두얼굴의 여친' '방과 후 옥상' 등 전작에서 보여준 캐릭터와 연결 지점을 찾기 힘들다. 실제 몸무게도 60㎏을 밑돈다니, 음음, 근육질 몸매랑은 거리가 멀다. 변강쇠가 누구인가. 조선 팔도 여인네들의 본능을 깨우는 천하제일의 사내 아닌가?

▶ 영화 '가루지기' 봉태규

"'가루지기' 시나리오를 받던 날 촬영장에서 제일 아끼던 청바지를 잃어버렸어요. 그날따라 사정없이 비가 내리더라고요. 우리 영화에 유독 우중신이 많거든요."

그래서 '가루지기'는 그에게 운명적인 작품이라는 말이다. 소속사 식구들을 비롯해 주위에서 다 말리는데도, 자기 고집 하나만으로 출연을 결정했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는 바로 그 자리에서 거절했다. "그런데 일주일간 시나리오가 뇌리에서 떠나지 않더라고요. 신한솔 감독님께 직접 전화를 했죠. 해보고 싶다고, 한번 해보겠다고."

'가루지기'는 지금껏 알려진 이야기와는 다른 시각에서 변강쇠를 그렸다. '고개 숙인 남자'에서 '조선 최고의 거물'로 태어난 변강쇠의 탄생 비밀을 기발한 상상력으로 풀어냈다. 변강쇠의 숨겨졌던 과거와 활약상이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캐릭터 설명을 살펴보면, 봉태규가 '캐스팅 0순위'에 거론됐을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밤일 제대로 하는 남정네 하나 없는 마을에서도 단연 부실 랭킹 1위'라는 떡장수 '강쇠'라니 말이다. 그가 우연히 만난 음양통달 도사에게 비책을 전해 들은 뒤, 천지를 뒤흔드는 막강 파워를 자랑하게되는 과정이 관객들에게 폭소탄을 안겨줄 터.

그러나 봉태규는 이 코믹 퍼레이드를 엮어내고자 심하게 고생을 했다. 한겨울에 수중 촬영신을 찍다가 응급실에 실려가기도 했다. 밤잠 설치기를 수차례, 촬영 막판엔 체중이 53㎏까지 빠졌다. 단독 주연으로서 한 작품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우울증에 시달렸다.

"일을 할 때는 지독한 완벽주의자죠. 자기 자신을 극단으로 몰아가면서 채찍질을 하는 스타일인데…. 이번엔 새로운, 나만의 변강쇠를 만들어내고자 고심했습니다. 독특한 발상과 기상천외한 에피소드를 기대해주세요."

봉태규의 자신감은 다 이유가 있는 듯. 다음 달 1일 개봉을 앞두고 벌써 예고편이 포털 등지에서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 영화 관련 사이트에서 '5월에 가장 보고 싶은 영화'로 거론되기도 했다. '배우로서 오랫동안 사랑받고 싶다'는 봉태규의 바람에 관객들이 박수갈채로 화답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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