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LG배 세계기왕전] 현란한 2인무(人舞)

〈제6보〉(88~101)=프로 1년생 초단의 세계 결승 진격이란 초유의 이변을 연출한 한상훈은 결승 돌입에 앞서 이런 말을 했었다. "아마도 결승 3판 모두 난타전이 될 겁니다." 돌이켜보면 그것은 점쟁이식 예상이 아니라 그 자신의 전략적 지향점이었다. 천하의 싸움꾼 이세돌과 여한 없이 치고 받겠다는 각오라면 바둑은 난전밖에 더 되겠는가. 실제로 이번 3국 모두 그의 예언(?)대로 됐다.

88로 89에 바로 끊었다간 참고 1도 6까지 장문이 성립돼 바둑도 끝나버린다. 90, 92로 백이 혈로를 뚫자 흑도 93까지 출구를 마련했다. 한 발만 헛디디면 끝장인 외줄타기 속에 쌍방이 리듬을 구하면서 행마의 교본을 합작하고 있다. 세계대회 결승 최종국다운 현란한 이인무(二人舞)다.

94는 최강의 반발. 참고 2도 1로 물러서면 3 자리도 얻어맞을 수 없고, 그때 좌변 주도권을 내주게 된다. 하지만 95, 97로 기분 좋게 조이고 101까지 정비해선 흑이 여전히 한 발 앞서는 공방전이다. 백은 '가'로 뻗고도 싶고 좌변 보강도 시급해 매우 바빠진 모습인데…. (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