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LG배 세계기왕전] 100년의 묘수(妙手)

〈제8보〉(121~133)=지난 보 마지막 수인 △에 대해 검토실 동료들은 입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최규병 九단 같은 기사는 심지어 "이 판을 백이 이겼더라면 △는 앞으로 100년 동안 묘수집(妙手集)에서 단골로 써먹었을 맥점"이라고까지 했다. 그리고 실제로 백은 △를 기반으로 이후 눈부신 타개에 성공한다.

△를 당한 흑으로선 뾰족한 응수가 보이지 않는다. 일례로 참고 1도 1이면 8까지 흑 일곱 점이 포도송이가 된다. 잡히지야 않겠지만 하변을 백에게 싸발리거나, 적어도 백이 우하로 빠져나오면서 공수(攻守)의 입장이 완전히 바뀌어버릴 것이다. 고심 끝에 121로 붙였지만 122의 평범한 한 수로 백은 탈출했고 흑은 포위된 모습이다.

123으로는 '가'의 호구(虎口)가 좋아 보이나 무리. 참고 2도 11까지 살아야 할 때 12로 이어 백이 즐거운 진행이다. 124 이하 128까지는 이런 형태에서의 상투수법. 132에 이르고 보니 누가 쫓고 누가 쫓기는지 아리송해졌다. 하지만 바로 이 대목에서부터 백은 초읽기에 돌입했고, 이것이 이 바둑 최후의 변수로 등장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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